배당株 초강세···"때이른 선점경쟁 점화"

배당株 초강세···"때이른 선점경쟁 점화"

오정은 기자
2013.03.19 06:09

저금리에 슈퍼리치·인컴펀드 매수세 몰려··· 전문가, "이젠 고배당주 싸게 사기 어렵다"

"앞으로 1년간 배당주로 노후 대비를 하려고 합니다. 연 6% 이상 수익이 예상되는 고배당주를 추천해 주세요."

자산규모 10억원 이상 슈퍼리치를 관리하는 증권사들의 VIP센터에 이런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에 불과한 상황에서 7~9%대 배당금을 주는 배당주는 '귀한 몸'이다.

이 여파로 연초부터 배당주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한국쉘석유는 올들어 18일까지 31.2% 급등했고 전파기지국과 진로발효도 각각 42.3%, 25.1% 상승했다. 이들의 주가 변동폭이 그간 작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부채 조정과 중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초저금리와 저성장 환경에서 고배당 기업 주가가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때이른 배당주 강세···"쌀 때 사자"=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에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이 배당주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원금보장에 불과한 은행예금에 더 이상 자산을 묶어둘 수 없고, 채권 금리도 지나치게 하락해 투자매력이 낮기 때문이다.

서울 대치동에 거주하는 한 자산가는 "연 8%대 이자를 주는 채권도 있지만 기관들은 이런 채권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황이다"며 "8%짜리 낮은 신용등급 채권에 투자할 바에야 실적이 확실하고 현금 보유고가 높은 고배당주를 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배당주 투자 적기는 통상 9~12월이다.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이 시기에 주식을 매수, 12월 말까지 보유하고 1분기에 처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초에는 개인, 기관, 외국인 매수가 집중되며 이례적인 배당주 '선점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5년 연속 8~9%에 이르는 고배당을 실시한한국쉘석유(533,000원 ▲1,000 +0.19%)는 지난 11일 34만5000원의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며 강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공용무선기지국 전문업체전파기지국(1,418원 ▼6 -0.42%)도 3월초부터 갑자기 매수세가 몰리며 지난주에만 40%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율촌화학(25,000원 ▲350 +1.42%),한국기업평가(100,900원 ▲900 +0.9%)도 연초대비 각각 14.2%, 9.0% 올랐다.

한편 중수익·중위험을 추구하는 인컴펀드의 출현도 배당주 강세를 이끌고 있다. 인컴펀드는 이자, 배당, 월세와 같이 지속적인 소득을 발생시키는 자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이자소득(인컴)을 제공하는 펀드로 배당주를 일정 부분 편입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이달 15일까지 신규설정된 인컴펀드는 31개에 이른다. 이들 펀드는 배당주를 많게는 50%에서 5%까지 편입해 펀드에 자금이 몰릴수록 배당주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고배당주를 보는 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성장이 정체된 기업이 주가 상승 대신 배당으로 주주에 보답한다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 고배당 기업은 현금보유고가 탄탄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는 판단이다.

아이엠투자증권 퀀트 분석에 따르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 고배당주로는 SK텔레콤, KT, 강원랜드, KT&G, 하이트진로, 에스원, 농심, 한국가스공사 등이 꼽혔다.

◇배당주 펀드 수익률 '방긋'=연초 배당주 랠리에 배당주 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8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KB배당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A Class는 연초대비 10.3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C4도 7.60%,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 5도 6.94%의 수익률로 선전했다.

특히 KB자산운용의 KB배당포커스 펀드는 다른 배당주 펀드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 고배당 우량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고배당주와 더불어 향후 배당금이 증액될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종목별 편입비중은 위메이드 7.49%, S-Oil 4.2%, 코라오홀딩스 4.17%, 한전기술 4.1%, 현대건설 3.41% 순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신재민 펀드매니저는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과 배당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고배당 기업의 주가 흐름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배당주 랠리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들 종목이 장기 저평가된 상태여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 개인, 기관, 외국인이 모두 고배당주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배당주를 매수하는 개인 및 기관 자금이 장기투자 성격이어서 배당주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이사도 "은행 예금이 연 7% 금리를 줬다면 수조원의 자금이 몰렸을 텐데 그동안 고배당주의 인기가 없었다는 사실이 더 이상한 일"이라며 "이제 이런 주식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며 품귀 현상을 빚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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