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가장 비싼 네 단어는 '이번 만큼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다."
세계적 투자회사 템플턴의 설립자 존 템플턴이 남긴 투자 격언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흐름을 보면 이 말을 "한국어로 가장 비싼 여덟 글자"로 바꿔 읽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기대에 편승해 테마주에 뛰어든 '개미'(개인투자자) 들이 또 한 번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어서다.
지난 24일 치른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25일 이른바 '안철수테마주'가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다. 선거가 끝나면서 이른바 '재료'가 소멸된 탓으로 보인다. '안철수테마주'는 지난해 그가 대선에 출마한 후 거취가 바뀔 때마다 급등락을 거듭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이후에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렸다.
이들 테마주의 대다수가 안 의원과의 친분을 강조한 '인맥테마주'라는 점에서 수혜 근거는 희박하다. 게다가 일부 종목은 안 당선자과의 '끈'이 떨어진 뒤에도 테마주 자리를 지켰다.미래산업(16,020원 ▼270 -1.66%)의 경우 안 의원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정문술 전 회장이 지분을 모두 정리했으나 테마주로 묶여 등락을 같이했다.써니전자(1,837원 ▲17 +0.93%)도 안랩 출신 송대종 대표이사가 물러났음에도 여전히 테마주로 분류된다.
'대선테마주' '싸이테마주' 등의 열풍이 지나간 뒤 피해를 보는 건변함없이 '개미'들이다. 지난해 대선정국에서도 정치테마주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은 보유 주식을 적절한 시기에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반면 금융감독원이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정치테마주 35개를 조사한 결과 개인투자자의 피해금액이 1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서 가장 큰 책임은 '묻지마식' 추격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에게 있다.
이날 증권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새로운 '안철수테마주'라며 특정 정치인과의 연대설 등을 내세운 글이 퍼졌다. 테마주 이상급등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언젠가 꺼질 수밖에 없는 거품이다. '한국어로 가장 비싼 여덟 글자'는 테마주가 이미 충분한 교훈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