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사기간 40년, 신주인수권의 마법?

[기자수첩] 행사기간 40년, 신주인수권의 마법?

김희정 기자
2013.05.02 17:39

"분리형 워런트(신주인수권) 행사기간이 40년이라고요? 상장기업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그런 게 있나요?"

동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동성화학이 14년 전 발행한 BW를 놓고 모 증권사의 EMC(주식자본시장) 관계자가 한 말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40년? 강산은 물론이고 사람도 변할 시간이다.

지난달 중순 백정호 동성그룹 회장과 백 회자의 아들 진우(30)씨가 14년 만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행사기간 40년짜리 신주인수권의 존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99년 6월 발행된 신주인수권 80억원 어치에서 분리돼 긴 시간 동성그룹 부자의 계좌에서 숨 죽이고 있다 이제야 보통주로 전환되며 세상의 빛을 본 것.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한 마디로 놀랍다는 반응이다. 전자공시가 의무화되기 전인 99년에 발행돼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기도 했지만 40년이란 행사기간이 워낙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동성화학 신주인수권은 2011년 5월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주식을 5대 1로 액면분할 한 때를 제외하면 행사가격이 조정된 적이 없다. 당시 액면분할로 신주인수권 증서의 수량은 5배로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14년 전 가격에 더 많은 주식이 백 회장 부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만약 백 회장 부자가 2039년까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행사기간 만료 전에 행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2039년 동성화학의 주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행사가격 3360원에 3만5100원(2일 종가)의 주식을 사들인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차익을 거두게 될 터다.

백 회장 부자가 이번에 동성화학 지분 9.78%(40여만주)를 취득하는데 투입한 자금은 14억원이 채 안 된다. 시가 대비 140억원을 '절약'한 셈이다. 두 사람은 만기 2039년짜리 동성홀딩스의 신주인수권도 보유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SDS,오리온(25,300원 ▲750 +3.05%)의 사례처럼 신주인수권을 통한 주식 저가 매입은 대기업 일가의 편법증여 시비의 단골메뉴"라며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공정 거래를 저해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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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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