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 대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 결과물, 자연 속 입지조건 등 상식 파괴
"대표이사가 빛바랜 70~80년대 구형 양복을 입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사람들과 소탈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 29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서 만난 한국산업단지공단 전효균 충북지사장은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이사를 이 같이 기억했다. 그러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박 대표의 소신이 발효전문연구소인 우리발효연구중심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우리발효연구중심은 기존 연구소와는 분명히 달랐다. 모두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위한 회사의 배려였다. 명칭부터 남다른 우리발표중심은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쪽에는 작은 하천이 흐르는 자연 속에 위치해 있었다. 지상 3층, 지하 1층의 건물은 외벽이 모두 강화유리로 제작돼 어디서든 건물 밖은 물론 내부가 휜히 들여다보인다.
1층 정문에 들어서자 제국틀(메주를 띄우는 상자) 미술작품과 알록달록한 색상의 방석, 카페를 연상시키는 휴게실들이 눈에 띈다. 흡사 외부에 개방된 갤러리를 방출케 한다. 허병석 우리발효연구중심 소장은 "직원들이 자연은 물론 직원 간, 외부 인사와 소통을 통해 즐겁게 일하면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층과 3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지나 양쪽으로 연구실과 사무실이 있는 복도로 들어서자 사다리꼴 복도 벽면에 길 갤러리라는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독서실을 연상케 하는 사무실은 직원들의 개인 자리가 없다. 직원들이 퇴근 시 사무실 한쪽의 캐비넷(사물함)에 자신의 짐을 보관한 뒤 출근 시 다시 짐을 찾아 자유롭게 업무를 보는 방식이다. 3층 연구실 반대편에는 룸 갤러리로 불리는 6개의 회의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허 소장은 "복도가 기존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딱딱한 느낌을 주고 개인 자리를 만들면 직원들의 사고의 틀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회의실도 예술작품을 통해 직원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같이 상식을 파괴한 우리발표연구중심은 샘표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파격적인 연구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신상품 개발이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1946년 창립 이후 승승장구해 왔지만 간장 등 주력상품의 매출이 주춤하고 있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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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샘표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2271억원으로 전년대비 0.3% 증가하는데 그쳤고, 지난해 4분기 매출은 486억원으로 3분기 대비 29.2%나 줄었다. 주력상품인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 장류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아서다. 샘표식품이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7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세계화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허 소장은 "회사 안팎에서 굳이 파격적인 연구소가 필요하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박 대표가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연구소 건립을 성사 시켰다"고 말했다.
이러한 박 대표의 소신은 벌써부터 직원들의 연구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상원 샘표식품 홍보팀 부장은 "상당수 직원들이 왠지 여유가 생기고 창의적인 연구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면서 실제 신제품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등의 순기능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