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초원의 풀까지 먹으면 초식동물은 뭘 먹나요"

"사자가 초원의 풀까지 먹으면 초식동물은 뭘 먹나요"

송정훈 기자
2013.06.10 07:00

[머투초대석]한정화 중소기업청장..."대중소기업 공존 가능한 생태계 조성"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사자가 초원의 풀까지 뜯어 먹으면 초식 동물들은 뭘 먹고 사나요?"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대기업 옥죄기가 아니라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마련하는 경제민주화는 시대적 요구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한 청장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대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를 조성해야한다는 것이다.

한 청장은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일감 몰아주기 근절, 가맹점주 보호 등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시장 경쟁환경은 마치 대중소기업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대기업에 비해 골을 넣기가 휠씬 어렵다."

한 청장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 사업 등 중소기업 업종에 무분별하게 침범하면서 중소기업의 설 땅이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소신도 밝혔다.

한 청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중기청이 있는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박근혜 정부의 핵심국정 과제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창조경제를 주도하는 한 청장에게 박근혜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직접 들어봤다.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 100일이 지났다. 전체적인 총평은

▶창조경제의 전제 조건은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창조경제나 경제민주화에 대해 철학적으로 확신이 없는 것 같다. 경제민주화는 누군가에게 떠 밀려서 하는 게 아니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요구라는 철학적 확신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은 여전히 다양한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고 있다. 한마디로 사자가 풀을 뜯어 먹으면 초원은 황폐화 된다. 그러면 토끼나 소 등 초식동물은 초원에서 무엇을 먹고 사나. 그래서 불가피하게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라는 게 생긴 것이다. 초원에서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이 같이 공존하는 것처럼 벤처·중소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개념은.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와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수한 전문 인력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창업 생태계에서 가장 결여된 있는 게 이 부분이다. 세 번째는 기존 중소기업의 R&D(연구개발), 인력, 판로 지원을 통해 생산성 높이는 것이다. 네 번째는 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견기업을 글로벌 전문 대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현재와 90년대 후반 벤처육성 정책 차이점은.

▶현 정부의 벤처정책은 벤처기업과 엔젤 투자자, 벤처캐피탈 등 벤처생태계 내의 민간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성공한 벤처기업인의 투자금 회수(Exit)나 재투자 환경을 개선해 벤처생태계 내의 자금이 선순환 하도록 재정, 세제, 금융, 공정거래, 규제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반면, 1차 벤처붐은 1998년 외환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추진됐다. 당시 인터넷 기반 IT(정보통신) 기업에 많은 자금이 공급돼 IT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자금공급 확대 등 정부의 직접 지원은 과다 경쟁을 유발하고 자생력을 훼손해 벤처거품론을 초래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가업승계 중소기업의 상속세 전면 감면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활성화하려면 일정기간 고용을 유지하면 상속세를 전액 면제하는 독일식 상속세 감면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향후 중견기업을 위한 성장 사다리 정책에 포함해 발표할 것이다. 정부는 이미 가업승계 세제지원 확대를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구축을 위한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복안은.

▶대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경기장을 바로 잡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공정 경쟁 질서를 확립해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도전해 새로운 코리아 드림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사람들이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경쟁 질서로 좌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임 기간 중 이거 하나만 달성해도 보람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대중소기업간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 등 3불(不) 문제를 해소 방안은.

▶거래의 불공정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수시조사 등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중기청의 공정위에 대한 의무고발 요청권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제도 불합리는 대출과 신용카드, 백화점 판매 수수료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맞출 생각이다. 시장의 불균형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위반 시 사업조정이 신청되는 경우 2개월 이내에 신속히 처리하는 신속사업조정제를 적극 활용하면 해소가 가능하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로 중소기업의 세 부담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기업의 편법적인 부의 상속을 차단하고 다른 기업에게 대기업과의 거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업 규모에 대한 고려가 없어 중소, 중견기업도 과세 대상에 해당된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중소,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의 조세 회피 목적과 달리 부품이나 소재 납품, 원재료 공급의 효율화를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제도 시행 후 과도한 세 부담 등의 문제가 현실화 되면 세제 당국에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건의할 것이다.

-이달 발표할 예정인 중견기업 종합대책의 지원 범위 등 내용은.

▶현재 중소기업의 지원 규모를 줄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견기업의 성장 경로별로 필수적인 분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핵심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지원을 서서히 축소하는 슬라이딩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달 중 중견기업계의 의견 수렴 작업을 토대로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최종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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