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답을 찾을 수 없거나 아예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너는 엄마가 아빠보다 몇 배나 더 좋으니?" 하고 묻는다면 질문을 받은 아이는 무척 당황할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 양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니 쉽게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상장기업의 주식가치 평가도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총수가 비상장기업 이노션의 보유주식 전부를 비영리재단에 출연했는데 그 가치를 일부에선 2000억원 상당이라고, 또 다른 측에선 1000억원 이상 정도로 평가했다.
과거에도 재벌 총수의 출연한 비상장주식 평가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만일 대상이 현금이나 상장주식이라면 합리적인 가치산출이 가능하겠지만 비상장주식은 객관적인 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를 신뢰성 있게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재무제표에 보고하거나 비상장주식이 상속이나 증여의 대상이 돼 세액 계산이 필요한 때와 같이 비상장주식의 평가금액이 계산되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IFRS를 채택한 한국 기업회계기준은 기업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공정가치(Fair Value)로 평가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특정한 평가방법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비상장주식의 공정가치 평가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현금흐름할인법으로, 주식평가뿐 아니라 특정한 자산이나 프로젝트의 가치평가에도 널리 적용되는 방법인데 본질가치 계산이 목적이다. 실제 상장주식의 시가도 본질가치와 상당히 괴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 적정주가를 평가하는데 이 방법이 널리 활용된다.
현금흐름할인법은 DCF(Discounted Cash Flow)법이라고도 하며 기업이 영업활동의 결과로 창출할 수 있는 미래순현금흐름, 즉 총현금유입액에서 총현금유출액을 차감한 금액의 기대치를 해당 현금흐름이 갖고 있는 위험을 반영한 자본비용으로 할인한 순현재가치로 전제 기업가치를 계산한다. 주당 가치는 전체 기업가치를 발행주식수로 나눈 것이 된다.
그러나 현금흐름할인법은 미래 순현금흐름과 할인율을 산정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가정과 추정을 요하고 계산이 복잡해 재무적 전문성이 없는 경우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평가목적에 따라 본질가치에 대해 크게 민감하지 않은 경우에는 현금흐름할인법을 대체하는 실무적으로 간편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평가 대상 기업과 유사한 성격의 상장기업이 있는 경우 그 주가와 비교하여 평가하는 상대가치평가법을 사용하거나 비상장주식의 상속이나 증여 관련 세금을 계산하기 위해 관련 세법에서 규정한 평가방법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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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54조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르면 비상장주식은 일반적인 경우 순손익가치와 1주당 순자산가치를 각각 3과 2의 비율로 가중평균한 가액으로 평가한다. 여기서 순손익가치나 순자산가치는 모두 과거의 재무제표 수치에 근거하여 계산하므로 객관적이고 계산이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에 의한 평가 결과는 기업의 본질가치와는 상당한 오차가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을 세무목적 외의 다양한 용도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본질가치 목적의 주식평가 또는 기업가치 평가는 증권시장이나 M&A시장을 통해 자본주의가 효율적으로 운용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가치는 장부가액에 따라 계산하거나 시너지를 무시한 채 개별 자산의 시가 합계로 계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IT기술이나 특허권과 같이 단순한 방법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자산도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의 정답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재무이론에 밝은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예를 들면 주식가치 평가에 있어 이론적으로 우월한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절히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속한 산업환경, 거시경제요인 및 해당 기업의 전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현금흐름의 추정과 할인율이 결정되어져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많은 가치평가 전문가 그룹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가치평가 전문가는 일부 회계법인이나 컨설팅회사 등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향후 기업회계의 공정가치 평가추세 확산 및 글로벌 M&A시장의 성장에 따라 가치평가 시장의 수요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우리도 전문적인 가치평가기법의 연구·개발과 가치평가 전문가의 육성을 통해 시장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