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외환보유액 확충을 넘어 강한 외환시스템 구축을

[MT시평]외환보유액 확충을 넘어 강한 외환시스템 구축을

이승호 기자
2013.07.31 16:09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3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규모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시 외환보유액이 바닥나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국민들이 금반지를 팔아 빈 곳간을 채우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불안한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언제 어떤 형태로 닥쳐올지 모르는 경제위기를 생각하면 외환보유액은 우리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에 틀림없다. 위기의 예방은 물론 수습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에서는 외환보유액을 지금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는 추가적인 외환보유액 확충에 찬성하지 않는다.

국가비상금으로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 첫째 이유이다.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은 없으나 그 나라의 수입액, 통화량, 단기외채 또는 자본유출입 규모 등에 부합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수입액 등 경상외환지급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1년 이내에 갚아야 될 단기외채보다 훨씬 많아 긴급시 외화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모자라지 않다. 앞으로 외환보유액의 적정규모를 유지해 나가되 이러한 변수들의 움직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둘째, 외환보유액이 과도하게 많으면 효용보다 비용이 더 크게 증가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가비상금으로서 유동성과 안전성 위주로 운영되는 외환보유액의 특성상 운영수익률을 일정 부분 희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차이만큼 중앙은행이 감내해야 할 정책비용인 점은 차치하더라도 외환이 공적부분에 의해 과도하게 보유되면 그 만큼 자금이 민간부문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외화자산 운영에 비효율이 증대된다.

셋째로 기초경제여건의 건실함 없이 외환보유액만 늘리는 것은 모래성과 같다. 브라질의 경우 재정수지 악화와 경상수지 적자로 외국자본이 급격히 유출되자 1998년 7월부터 불과 3달 만에 외환보유액이 40% 이상 급감했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000억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이 몇달 사이 3800억달러로 줄어든 바 있다.

외환보유액의 다과에 상관없이 한 나라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감소한다. 경제상황이 비교적 양호했던 우리나라도 글로벌 금융위기시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 근처로 감소하자 막연한 불안으로 시장혼란이 가중된 바 있다. 외환보유액의 규모 증가에 비례해 시장불안이 최소화될 수 있다고 과신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야 하는가 하는 규모의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경제적 위상에 걸맞는 튼튼한 외환시스템을 구축하는가 하는 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경제여건을 건실하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높은 대외신인도 하에서는 동일한 규모의 외환보유액만으로도 위기예방 효과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대규모 외환보유액 등 국부자산의 효율적인 운영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제금리의 상승 전환에 대비함은 물론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 운영자금의 제2선 외환보유액 기능을 강화하고 민간부문의 외화자산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많은 금융 선진국들이 적은 외환보유액 규모를 가지고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참으로 부럽다. 대부분 자국 통화가 국제화돼 위기시 자국통화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점은 우리나라가 되새겨 보아야 한다.

아울러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 확충만으로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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