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가 비용절감하면서 비상경영을 한다고 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증시 혹한기를 겪고 있는 증권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증권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거래소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수료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래대금이 2년 만에 반토막 나면서 간신히 영업이익 적자를 면하는 처지가 됐다.
거래소는 실적 악화 탓에 비용절감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회원사들과 함께하는 공식행사도 최대한 자제하거나 최소한의 비용을 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를 받아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게 됐다는 점이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 돼 버렸다.
기타 공공기관에 속한 거래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어려운 시기에 업계와 함께 비용절감에 동참하는 것을 당연한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하나 같이 토로하는 점은 정부에 대한 답답함 내지 서운함이다.
예컨대 시장을 살리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 꼽는 기업공개(IPO) 활성화 대책만 봐도 그렇다. 업계는 기업의 1순위 요구사항인 세제혜택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세수기반 확대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정부에 얘기해봤자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이유다.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거래소가 기업들의 공시부담 완화 등 자구책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시장 자체가 죽어있는 마당에 이러한 대안이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는 대책이 못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거래소 직원들이 잘 알고 있다.
세수 확대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파생상품 거래세도 비슷한 상황이다. 거래세 도입은 가뜩이나 침체된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 위축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가 기존 방침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은 위기 상황인데 정부가 이를 어떤 수위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래소 임원의 하소연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