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정은 회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기자수첩]현정은 회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노경은 기자
2013.10.21 15:41

"10주년이라고 다를 거 있겠습니까. 평소대로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서 임원회의 주재하고 일상적인 일정 소화했습니다. 별도 행사나 기념식은 없었습니다."

취임 10주년을 맞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일과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상징적인 날이지만 그룹의 사정상 조용히 보내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돌이켜보면 현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았을 때부터 그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야 했고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면서 경영권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가시밭길은 경영권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주력 계열사는 아니었지만 그룹의 대외적 간판이었던 '대북사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이래 2007년 첫 흑자를 내면서 정상궤도에 오르는가 싶었는데 2008년 관광객 총격사망 사건이 일어나 사업이 중단됐다.

2010년에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과 대결해야 하는 난감함도 감수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해운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도 적자 행진을 해 왔다.

해운, 건설, 증권 등 경기민감업종 위주로 짜여진 그룹의 포트폴리오는 현 회장의 취임 초반 5년의 경영성과를 지탱하는 힘이 됐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부담이 됐다. 2007년 157%였던 현대그룹의 부채비율은 404%까지 치솟았다.

잇따라 악재를 맞이한 것과 달리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지난 7월 현대건설 인수 때 낸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5년여 동안 이제나 저제나 재개되길 바란 금강산관광도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조짐이 보인다. 해운업황도 최악은 지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아직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 회장과 현대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고 여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갖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을 꿋꿋이 버텨왔듯 현 회장이 그동안 쌓인 내공으로 다가 올 10년을 잘 헤쳐가길 바란다. 뚝심에 더해 이제는 현 회장이 업그레이드된 역량을 보여줄 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