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헤지펀드 매니저도 헤지펀드 가입해야

[기자수첩]헤지펀드 매니저도 헤지펀드 가입해야

오정은 기자
2013.12.17 15:21

"자기 펀드에 전 재산을 털어넣고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와 자기 돈을 한 푼도 넣지 않은 펀드매니저, 누구에게 자산을 맡기시겠습니까?"

여의도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운용하는 펀드에 자기 돈이 들어가야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며 "매니저 입장에서도 더 신나게 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전체 헤지펀드 설정액은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몇 가지 불필요한 규제가 헤지펀드의 더 빠른 성장을 막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의 자기 운용펀드 가입 금지 규정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매니저가 자기가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는데 매몰되거나 예민한 시점에 환매하는 등 이해상충 문제를 피하기 위한 규제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이해가 되는 규제지만 실제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한 운용사 본부장은 "이해상충 방지를 목적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는데 실제 운용을 해보면 이해상충은 발생할 확률이 희박하다"며 "오히려 자기 돈을 펀드에 넣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이같은 규제를 조만간 풀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은 헤지펀드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공모펀드에 대해서도 매니저의 자기 운용펀드 투자에 대한 내부 통제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제시했다. 공모펀드 매니저들도 자기 펀드 가입을 지양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신생 상품인 헤지펀드는 초창기부터 자기 가입을 금지한 반면 공모펀드는 이런 규제가 없어 업계의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자기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자기 운용펀드 가입 금지 규제가 오히려 헤지펀드의 책임운용 원칙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매니저가 자기 운용 헤지펀드에 돈을 넣지 않았을 경우 '철새'처럼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헤지펀드 시장이 지금보다 더 커지기 위해서는 '롱런'하는 펀드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성과 좋은 펀드매니저의 이동을 막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경우 책임운용을 강화하기 위해 헤지펀드 매니저의 자기 운용펀드 가입을 허하고 있다. 아울러 자기 운용펀드의 가입 여부가 재간접 헤지펀드의 심사 기준이기도 하다. 이는 헤지펀드 매니저의 가입이야말로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최선의 '안전장치'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전문가는 "헤지펀드 매니저의 책임감 제고, 운용 성과 향상, 운용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자기 운용펀드의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며 "한국형 헤지펀드의 장기 성장을 위해 운용역의 가입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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