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산업용 인클로저 제조사 리탈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의 중견기업 (미텔슈탄트, Mittelstand)들은 대부분 한 가지 제품을 수십 년 간 개발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성공을 일구었다. 쌍둥이 칼로 유명한 '헹켈', BMW와 포르셰 등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 산업용 청소기 제조사 '알프레드 카처' 등이 그렇다.
하지만 전 세계 산업용 인클로저 시스템 시장 점유율 60%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일 혁신기업 '리탈'(Rittal GmbH & Co. KG)의 성장스토리는 조금 다르다.
산업용 금속 소재 생산 공장으로 시작한 리탈은 이후 산업용 인클로저 제조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뒤 제품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IT·솔루션 사업을 융합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시장을 선제적으로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리탈은 세 가지 혁신 전략을 활용했다. 우선 연 매출 10% 규모의 연구개발(R&D)투자, 경영 혁신을 위한 과감한 인수합병(M&A), 그리고 별도의 '서비스 컴퍼니'(Service Company)를 통한 PMI(기업인수 후 조직통합) 및 공급망 관리 전략이 그것이다.
◇"모두가 필요로 하는 걸 개발한다"...변신 또 변신=리탈의 시초는1947년 설립된 산업용 금속 가공 및 제조업체 '지가스'(Siegas)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 루돌프 로(Rudolf Loh)는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난 뒤 독일 정부가 경제부흥정책을 집중하면서 공장이 우후죽순 생기자 생산설비를 컨트롤 하는 인클로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금속부품 제조업에서 인클로저 생산으로 눈을 돌렸다.
여기에서 리탈의 첫 번째 변신이 성공했다. 초기 인클로저 모델은 단순히 전원선이나 전기배선을 한 곳에 정리해줄 수 있는 간단한 캐비닛 수준이었기 때문에 기술적 진입장벽은 높지 않았고, 기존 거래처였던 공장과 회사에 손쉽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루돌프 로는 1961년 '리탈'을 설립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네덜란드, 스웨덴 등 인근 유럽국가에 빠르게 지사를 열어 내수시장 확대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진행했다.

1974년 루돌프 로의 차남 프리트헬름 로(Friedhelm Loh)가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리탈은 인클로저 '제조사'에서 '시스템회사'로 두 번째 혁신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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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리탈은 제조공정을 간소화하고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인근의 원자재 납품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 내 가장 큰 철강 제련회사인 '스탈로'(Stahlo)와 플라스틱 가공 전문회사 'LKH' 등이 리탈이 속한 '프리트헬름 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리탈은 설립 19년만인 1985년 자체 인클로저 모델 PS4000으로 글로벌 표준화에 성공했고 독일 내 시장점유율 80%, 세계시장점유율 60%까지 성장했다.
볼프람 에버하르트(Wolfram Eberhardt) 리탈 홍보마케팅 이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프리트헬름 회장은 리탈이 산업용 인클로저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자마자 '모든 회사가 필요로 하는 걸 만들기 위해 밸류 체인(Value Chain)을 한 단계 더 높여야 한다'며 추가 투자와 M&A를 서둘렀다"고 말했다.
◇1만3000가지 제품 양산 · 축적된 엔지니어링 데이터로 수요 창출=리탈은 선점한 글로벌 표준을 바탕으로 기존 고객사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창출해 제공하는 전략으로 시장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리탈은 1990년대 들어 인클로저 내 배선(Power Distribution), 온도 조절(Climate Control) 등의 기능과 공간을 추가해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는 인클로저 기능을 제어하는 IT 기반시설(Infrastructure) 및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공급까지 확장했다. 리탈의 고객사도 생산현장과 대형 선박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IT기업 등으로 확장했다.
리탈은 이로써 밸류스틱(Value Stick)상에서 '지불 용의 최고가격'(WTP: Willingness to pay)의 상단에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수요 혁신'을 일궜다. 단순히 제품의 품질만 높이는 게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시스템과 예측 가능한 미래 수요까지 제시한 뒤 실현가능한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리탈은 자연스럽게 고객사의 의사결정에 진입하고 독점적 시장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리탈은 자체 R&D뿐만 아니라 외부 M&A도 과감히 시도했다. 리탈은 2012년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이플란(Eplan)과 자동 스위치공정 전문기업 키슬링(Kiesling)을 인수했고, 지난해 9월에는 컴퓨터 이용설계관련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데스크의 독일 최대 파트너십 회사인 커티그(Kuttig)를 추가적으로 합병했다.

아울러 리탈은 선점한 시스템 표준 기술을 활용해 고객맞춤형 솔루션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공정과정 모듈화'도 이뤘다. 리탈이 밸류스틱상의 '납품 용의 최저가격'(WTS: Willingness to supply)에 근접하게 비용을 낮춤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던 원동력도 신속한 '모듈화'에서 기인한다.
특히 리탈은 앞서 인클로저 제조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일상적 프로세스 혁신'이 성공한 뒤 잉여금은 고스란히 R&D비용에 투입했다. 리탈은 2012년 기준 연매출 22억유로(한화 약 3조2000억원)의 8~10%를 R&D와 M&A에 투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