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병환에 삼성전자 '급등', 왜?

이건희 회장 병환에 삼성전자 '급등', 왜?

오정은 기자
2014.05.12 16:40

전문가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탈 것"···CLSA, "삼성전자·삼성물산 강력 매수 추천"

/사진제공=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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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입원했는데 누가 삼성전자에 대해 대놓고 매수를 외칠 수 있겠습니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1일 새벽 급성 심근경색으로 서울 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12일 증시에서는 삼성전자가 급등했다. 이 회장의 병환이 삼성전자 주가에는 상승 재료로 작용한 것이다.

이날 장 초반삼성전자(206,000원 ▲2,000 +0.98%)는 0.07% 오른 보합권에서 출발했으나 오후 들어 급등하더니 5만3000원(3.97%) 상승한 138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만3000원은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날삼성물산은 2.71% 올랐고삼성생명(234,500원 ▲4,500 +1.96%)도 4.04% 강세 마감했다.호텔신라(50,100원 ▲1,150 +2.35%)제일기획(19,440원 ▲300 +1.57%)도 각각 2.69%, 3.93% 올랐다.

이 회장이 쓰러졌는데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급등한 것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말을 아꼈다.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주가를 논하기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일부 분석을 내놓은 전문가들도 익명을 요구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스타 펀드매니저는 "한국 정서상 이건희 회장이 병환으로 쓰러진 사건이 삼성전자에 호재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삼성전자가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볼 때 이번 사건을 실명을 걸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업계에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펀드매니저도 "이건희 회장의 병환이 그간 삼성전자에는 잠재적 악재였는데 마침내 악재가 노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향후 지배구조 변화가 앞당겨지면서 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시장이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아침에 나온 국내 증권사 보고서 중에는 이건희 회장의 병환에 대해 언급한 리포트가 단 1건도 없었다. 지난 주 발표된 삼성SDS 상장이나 삼성생명의 삼성자산운용 지분 매입에 대해서만 일부 보고서가 나왔다. 메신저를 타고 도는 메시지에서조차 이 회장의 건강에 대한 언급은 자제됐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이 회장의 병환에 대해 이렇다 할 분석을 내놓지 않았다. CLSA(크레디리요네)만 유일하게 보고서를 통해 이 회장 병환의 의미를 분석했다.

숀 코크렌 CLSA 투자전략가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슬픈 사건은 결국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길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리레이팅(재평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대해 '강력 매수'(High-Conviction BUY) 의견을 냈다.

또 "지금 지배구조를 재편하려는 삼성그룹의 의지는 매우 높다"며 "구조조정은 좀더 강력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며 대기업 구조조정 대부분은 좀더 투명한 지배구조와 시가총액의 상당한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과거 SK그룹이나 LG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디스카운트됐던 사업 자회사들이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받았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가 지주사와 사업 자회사(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로 분할될 경우 사업 자회사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크렌은 특히 이번 사건으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판단했다. 원래 삼성전자의 분할은 비핵심 자회사들의 지분 정리 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회장의 건강 문제로 지주사 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SDS의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최근의 지배구조 변화로 투자자산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물산이 지속적으로 비핵심 투자자산을 매각하고 유사한 사업부를 인수해 구조 개편을 해나가면서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는 판단이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라며 "현재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아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한 지주사 담당 애널리스트도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삼성생명 지분율이 높지 않아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번 병환으로 개편이 빨라질 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주가가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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