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노후화로 추가투자 부담 지적…이종사업에 관대, 철강업엔 지나친 기준 지적도
포스코가 무려 세 번의 실사(기한연장) 끝에 동부인천스틸 인수를 포기한 이유로 공장 설비의 노후화와 신규투자 후 신용등급 저하 부담이 지목된다.
동부그룹이 재정난에 빠진 이후 추가로 시설투자를 하지 않아 현재 생산량을 앞으로도 유지하려면 경영권 인수 후 추가로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다.
3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두 달에 가까운 실사 끝에 동부인천스틸에 대한 가치로 3000억원 이하의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동부제철(6,720원 ▼10 -0.15%)의 인천공장인 동부인천스틸의 장부가격은 6763억원인데 포스코의 가치평가는 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동부인천스틸은 컬러강판 제조설비를 갖춘 회사로 관련 시장에서 유니온스틸(시장점유율 25%)에 이어 2위(22%)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가치를 포스코는 파격적으로 낮게 본 것이다.
거래 관계자는 이런 판단의 이유로 "포스코가 동부인천스틸을 인수할 경우 유니온스틸을 넘어서 포스코강판과 함께 컬러강판 1위가 될 수 있었지만 이런 전략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포스코가 자회사 포스코강판의 경쟁사인 동부인천스틸과 그 생산설비 등을 샅샅이 훑어보고는 이들 자산의 가치를 스크랩(고철) 취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전문 기업인 포스코는 이종사업에 대한 M&A에는 관대하지만 주력인 철강산업에 대해서는 야박하리만큼 냉정하다는 지적을 얻는다. 국내에서 최초로 고로(용광로) 제철을 시작한 기업으로 관련 산업의 공정을 꾸준히 개선해온 덕분에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와 유지보수, 관리 측면에서는 세계최고 수준에 오른 것이 사실이다.
포스코는 제철 분야에서 2007년부터 기존 고로법을 뛰어넘은 파이넥스 공법(FINEX)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이 공법은 가루형태의 철광석·유연탄을 고체로 만드는 소결·코크스 공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원가를 15% 절감할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 5년간 대우인터내셔널이나 대한통운,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동양파워 등 이종사업 M&A에 나섰을 때는 시가나 경쟁 시초가의 50~100% 프리미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철강 관련업에 대해서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자신감을 투영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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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동부인천스틸을 실사한 이후 문제점을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동부가 수년째 자금난에 처하면서 인천공장 생산시설에 대한 개보수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시설관리만으로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 수준의 시설관리가 이뤄지려면 동부인천스틸을 인수한 이후에도 2000억~3000억원의 추가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둘째는 추가투자의 문제가 부채부담을 일으켜 그룹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인수부담을 덜도록 동부패키지를 8000억~9000억원 사이에 인수한다고 해도 산은PE를 통해 금융지원에 나서 실제 부담은 2000~3000억원에 불과하게 돕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당장 포스코의 현금 부담이 없다고 해도 동부인천스틸이 포스코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이들의 재무제표가 연결기준으로 그룹에 적용된다. 이 경우 금융차입을 통해 추가투자 등이 진행되면 그 부채부담이 포스코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올 초 취임이후 해외 신용평가사에 이어 국내사들마저 자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자산매각 등을 통한 부채비율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동부인천스틸 인수는 이런 기조에 역행할 선택이라고 여긴 것이다.
마지막은 거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세계 제철업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동부인천스틸의 주력인 컬러강판에 대한 수요는 3~4년간 공급과잉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올해 철강업은 내수 1%, 수출 5.6%의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컬러강판의 수요처인 가전시장이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했고 건설경기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고급 내외장재 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자금긴축정책을 펴면서 올 3월부터 컬러강판의 국내외 수요가 급격히 준 것을 포스코가 상당히 우려했다"며 "현대제철도 컬러강판 생산설비를 매각하려 해서 포스코는 이 분야의 1위 달성이 현재로선 무의미하고 매물을 확보하는 작업도 서두를 일이 아니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