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널리스트 리포트요? 특히 숫자와 관련해선 별로 믿지 않습니다. 이 바닥 사람들 대부분 그래요."
최근 만난 한 상장기업 IR(투자자 관계) 담당자의 말이다. 이 담당자는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나오는 방식과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 회사는 물론 다른 회사의 리포트에 대해서도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 리포트 신뢰도에 대해 업계 전반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부실하고 부정확한 분석 리포트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의 자산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한 예로 지난 7월 A기업의 주가가 1만5900원일 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목표주가를 2만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A기업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1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당시 리포트에선 A기업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전분기보다 늘어난 69억원으로 제시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분기 대비 감소한 44억원에 그쳤다. 이 리포트를 보고 A기업의 주식을 산 투자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신뢰도 추락은 지난해 발생한 CJ E&M 주가 조작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CJ E&M IR 담당자가 애널리스트들에게 미리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적발된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업계 전반으로 상장기업에서 예상 실적을 외부에 공개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커졌고 이에 따라 담당하는 기업에서 '숫자'를 제시받지 못하는 애널리스트의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기업 IR 담당자가 대략적으로 언급을 실적 전망치나 감으로 추산한 실적 전망치를 우겨넣는 리포트가 나오기도 한다는 것.
한 상장사 IR 담당자는 "한 애널리스트가 회사 탐방을 요구했지만 사정상 어려운 측면이 있어 거절했는데 이후 리포트가 나왔다"며 "그 리포트에는 회사측 정보를 감안하지 않은 실적 전망치가 적혀 있었는데 회사가 생각하는 숫자와 차이가 많이 나 난감했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 정보 불평등 해소를 위해 스스로 담당 기업과 관련(전방)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거래회사의 투자 계획과 생산능력, 사업 현황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 통찰력 있는 리포트를 써내는 애널리스트도 많다.
그럼에도 일부 현실과 동떨어진 리포트로 인한 자산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기업에서도 증권사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대한 맹신보다는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