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4년 '적자전환' 2060년 '바닥' 장기재정 추계모형 제출 요구…공적연금 개편논의 발판

감사원이 국민연금의 2060년 적립금 고갈 전망에 대한 고강도 검증에 나선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맞물려 국민연금 납입률 인상 등 대대적인 공적연금 개편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착수한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특정감사에서 국민연금에 장기재정 추계모형 제출을 요구했다. 감사원이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추계모형 검증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이 검증 잣대를 들이댄 장기재정 추계모형은 출산율과 기대수명, 물가상승, 경제성장률 등에 대한 전망을 변수로 입력해 국민연금 적립금 추이를 산출하는 틀이다. 보건복지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5년마다 장기재정 추계를 발표하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의 보험료 납입률이나 지급률, 지급 시점 등에 대한 운영계획을 짠다.
지난해 초 발표된 제3차 추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현행 구조를 유지할 경우 적립금이 2043년 2561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적자로 돌아서 2060년 바닥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수를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전망이 달라지고 적립금 운영 계획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지난해 3차 추계 발표 직후에도 한국금융연구원에서는 2041년부터 적자가 발생해 2053년 적립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감사원은 예년 수준의 2배 가까운 감사인력을 투입해 현미경식 검증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인력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외부 전문가를 동원해서라도 검증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감사는 2년마다 한달여에 걸쳐 진행하지만 이번 감사는 기간 연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추계모형 검증에 나서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공적연금 개편 논의의 불씨를 지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도 이번 검증 결과에 따라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방안 마련을 권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감사원 감사는 투자자산 배분과 위탁운용사 선정·관리 등 투자대상 선정 적합 여부와 투자결정 과정의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보는 데 그쳤다.
지난해까지 세차례에 걸친 재정 추계에서 국민연금의 적립금 소진 시점은 2047년(2003년 첫 추계)에서 2060년(2008년 2차 추계·2013년 3차 추계)으로 13년 연장됐다. 적립금이 정점을 찍는 시기도 1차 추계 당시 2034년에서 2·3차 추계 결과 2043년으로 늦춰졌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지급액을 평생 평균임금으로 나눈 값)을 40%로 낮추고 지급 시점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2007년 7월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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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8년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대책을 수립하려다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자 대책 수립 시점을 2013년으로 한차례 미뤘다. 이후 지난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단계적으로 13~14%로 올리는 방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다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사회적 합의기구를 설치해 보험료 인상과 재정 운영 방식 등을 포함한 기금 소진 대처 방안을 찾기로 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연금 개혁은 국민의 노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