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성국 대우증권 부사장, 새저서 '세계가 일본된다' 발간
"문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대비책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전환형 복합불황' 시대에 과거의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대응책을 들이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한 때 가장 성공한 나라로 꼽혔던 일본이 바로 이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2년 10월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가 118페이지짜리 장문의 보고서를 발간, 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 - 일본형 장기 복합불황으로 가나'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만성적 저성장과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상징되는 20여년을 보낸 것과 비슷한 전철을 한국이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홍성국 KDB대우증권 부사장은 당시의 고민을 심화시켜 새 저서 '세계가 일본된다'(메디치)를 발간했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일본이 거쳐온 '전환형 복합불황'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면서도 "제대로만 대비한다면 그로 인한 고통과 충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홍 부사장은 "한국은 과거 25년간의 일본처럼 경제성장률, 물가, 투자, 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신(新) 4저 시대'에 돌입했다"며 "일본에서 나타난 '전환형 복합불황'의 모습이 요즘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4저 시대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버블 붕괴 등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갉아먹는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화사회가 앞당겨지는 데서 나아가 인구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일도 머지 않았다.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가 줄고 길을 잃은 청년층은 쉽게 우경화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는 정책들은 과거 성장여력이 남아있던 시절 전통적으로 쓰여왔던 양적 대증요법이었다. 통화발행 극대화를 통한 인플레이션 유도, 적자재정 및 대규모 개발정책을 통한 유효수요 창출 노력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증요법이 실시될 때 잠깐 효과가 나타나는 듯했지만 문제는 더 심화된 형태로 부각되곤 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에서 이미 25년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현상이자 한국에서도 조금씩 본격화되는 우울한 징조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독자들의 PICK!
홍 부사장은 "일본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행한 각종 대응책들이 되레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강세가 발생하면서 일본은 대내외적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자산버블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려졌고 자산버블에 취해서 구조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또 "시중에 돈을 풀어도 일본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고 정부재정만 바닥나서 복지가 축소되고 경기가 후퇴됐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우경화를 조장하며 국민의 관심을 돌려보지만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전쟁 위험만 고조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어떨까. 그는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은 신4저 효과도 여타 선진국에 비해 약하게 나타나고 있고 국가재정도 안정적"이라면서도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우려했다. 금리와 물가, 투자의 하락속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빠르고 고령화 속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홍 부사장은 "저서를 통해 간략하게 대안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매우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현재의 전환형 복합불황은 전 세계가 동시에 하향추세에 돌입하는, 역사상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하부구조를 차근차근 바꾸는 방법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금리인하, 재정확대는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만 불러온다"며 "과거의 경기순환적 변동에 맞추는 전략으로는 필패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그가 모범으로 삼은 모델은 독일과 북유럽이다. 홍 부사장은 "독일은 전환형 복합불황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보여주는 바람직한 표본국가"라며 "독일은 일찌감치 국가와 국민이 성장이 막힌 시대에 '새로운 행복'으로 나아갈 방향을 조정하고 대체에너지, 창의적 산업에 대한 투자로 리스크를 관리해왔다"고 평가했다.
또 "전환형 복합불황은 환경오염, 혁신의 한계, 사회양극화, 공급과잉, 인구감소, 부채사회의 심화, 글로벌 불균형, 인간성의 변화와 리더십의 위기 등 8가지 요인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은 이같은 변화를 늦출 수 있도록 하는 구조변환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