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신금융협회가 캐피탈사나 카드사 등에서 리스하는 기계설비와 대출할 때 담보로 제공받는 기계설비를 협회에 등록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등기등록제도가 없는 기계설비의 허점을 이용해 발생하는 중복리스와 중복담보대출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회원사들이 리스 계약을 맺은 기계설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기계설비정보 조회 시스템을 올 하반기 중에 구축하기로 했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기계에 고유번호가 부여돼 협회 홈페이지에 마련된 기계설비정보 조회란에서 기계 종류와 제조사, 모델명, 제작년도, 금융사, 취급년월 등을 검색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기계설비 리스와 담보대출과 관련한 중복계약으로 피해가 빈번하다고 호소해왔다. 기계설비 리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물건을 요청하면 A금융사가 A공급사에 장비대금을 지불하고 장비매매계약을 맺어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A금융사는 기계설비를 리스해주는 대가로 이용자에게 매월 일정액의 리스대금을 받는다.
문제는 이용자가 또 다른 B공급사와 공모해 이미 A금융사에서 리스받은 물건을 다시 B금융사에 요청하는 경우다. B금융사가 B공급사에 장비대금을 주고 장비매매계약을 맺으면 이용자는 B공급사에 일정 중개료를 지불하고 장비대금을 빌려쓴다. 이용자로선 목돈을 빌려 쓰고 이에 비해 소액인 리스대금을 매월 B금융사에 지불하면 되지만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리스대금을 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리스받은 기계설비를 또 다른 금융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은 중복대출로 인한 피해도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금융회사로선 자동차나 건설기계와 달리 일반산업기계나 공작기계 등은 등기등록 물건이 아니라 중복계약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피해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리스를 하는 이용자들 대부분은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결국 리스대금을 갚지 못하게 되는데 이 경우 금융회사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계설비 등록제가 시행되면 리스업을 하는 7개 카드사와 43개 캐피탈사가 정보를 공유해 중복계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일반산업기계, 동력이용기계, 공작기계의 리스 실행액은 1조9603억원으로 여신금융업계 전체 리스 실행액 13조원 가운데 약 15%를 차지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기계설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계설비정보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면 회원사들의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며 "회원사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스템 구축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