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끌 4300조 성장판 잡아라]<1>금융의 미래를 묻다
#"(래리) 핑크(블랙록 회장)가 월가의 왕좌에 올랐다." 2009년 6월12일, '블랙록'이 자신보다 몸집이 큰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를 인수하는 메가 딜이 발표되자 흥분한 미국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했다. 직원수 8명으로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에 출사표를 던진지 불과 21년만에 세계 1위로 우뚝 선 순간이기 때문이다. 인수 가격은 자산운용업계 인수합병(M&A)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130억 달러(1조3000억원)에 달했다. 블랙록은 이후 바클레이즈의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였던 아이쉐어즈(iShares)를 키워가며 전체 운용규모를 4조6000억달러(4600조원)까지 끌어올렸다.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 인수로 얻은 ETF 1위라는 날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원한 1위는 없다. 글로벌 자산운용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투자은행들도 하루아침에 먹고 먹힌다. 후발주자라도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블랙록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뒷받침하듯 핑크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전세계 영향력이 가장 큰 50명 중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8위)은 물론 마윈 알리바바 알리바바 회장(17위),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19위) 등을 제쳤다. 맥쿼리그룹도 1984년 상업은행 인가를 획득한 지 20년여만에 연금·인프라펀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올라섰다. 일본계인 MCP자산운용은 아시아 1위 FoHF(펀드오브헷지펀드)로 성장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매튜스(Matthews International Capital Management)도 아시아시장에 집중하는 차별화전략으로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았다.
전통있는 명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프랭클린템플턴은 1992년 프랭클린이 템플턴을 인수하면서 만들어진 운용사다. 당시 역사상 가장 큰 독립 자산운용사간의 합병이었다. 빅딜을 통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정립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계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연금 시장 점유율 빅3인 캐피탈그룹은 장기간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는 방안 찾기에 골몰했다. 광고를 하지 않고 스타매니저가 없는 대신 안정적인 운용 시스템을 만들어 10년 실적의 일관성을 강조해온 것이다. 피델리티도 일찌감치 연금 자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업계 최초로 라이프사이클(생애주기) 펀드인 '프리덤펀드'를 내놓으면서 성장의 진화를 이뤄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에게도 '퀀텀점프(대약진)'할 기회가 찾아왔다. 펀드 시장이 금융업 내 유일한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자산운용업이 2030년까지 연 10%가량 성장하는 유일한 산업이 될 것"이라며 "업계가 운용하는 연금·펀드규모가 2014년말 1059조원에서 2030년엔 430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업이 금융산업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운용규모(2000조~5000조원)와 비교해보면 국내 1~3위 운용사의 규모(90조~200조원)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4300조원 시장을 잡기 위한 성장 플랜이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신탁 등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대형화·글로벌화 모델 찾기에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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