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대해부]단기 불확실성 해소에도 '탈원전' 장기 불확실성 두각…새먹거리·해외수출 절실

#1.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 건설공사 중단을 결정한 지난 7월14일. 시공사 두산중공업 주가는 5% 가까이 밀렸다. 1조원 넘게 남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부의 원전 재개 여부 공론화와 함께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주가는 결국 2만원선을 내주고 1만6000원대까지 하락했다.
#2.지난 20일 원전 공사 중단 3개월여 만에 공사 재개 권고가 나왔다. 이 소식에 두산중공업 주가는 15% 이상 급등했다. 주가는 원전 파문 이전 2만원 수준을 회복했지만, 그날 장 중 곧바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29일 종가는 1만8400원. 원전 공론화가 한창이던 시절 주가 수준이다.
두산중공업(106,500원 ▲3,000 +2.9%)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책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된 종목 중 하나다. 원전 수출을 국정 주요 과제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 시절 10만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어느새 5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신고리 원전 공사 재개로 급한 불을 껐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해외 일감과 새 먹거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공사 재개, 4Q 이후 수익성 '숨통'…주가는 '밋밋'=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 이후 정부는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공사 재개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2조3087억원대 신고리 원전공사 대금 가운데 도급 잔액 1조13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3개월여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역시 한국수력원자력의 예비비로 충당할 전망이다. 공사중단 영향을 직접 받은 3분기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4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단기적인 불확실성이 걷혔다. 하지만 주가는 신통치 않다. 공론화위의 권고안이 나온 20일 전일 대비 1.27%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여 만에 1만8000원 초반까지 밀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라는 단기 호재보다 '탈원전'이라는 장기 악재가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론화위 권고안이 탈원전 정책 기조는 지지한 만큼 미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설명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 더이상 원전을 짓지 않는다는 정책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며 "국내 원전 감축 이슈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새 먹거리를 준비하는 과정이 주목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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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민간기업이 직접 수주할 수 있는 화력발전과 달리 원전은 한국전력이 주도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없인 수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국내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이상 수출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환익 한전 사장도 23일 국정감사에 출석, 수주를 진행 중이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출 사업에 대해 "리스크를 감내할 수 없다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이후 8년만에 해외 수출 프로젝트에서 '포기'옵션을 시사했다. 해외 원전 수주가 절실한 두산중공업으로선 불확실성이 커지는 소식이다.
◇원전말고도…센티·공매도·부채 주가 누르는 3인방="아무래도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종목은 손대기가 좀 그렇죠. 보유 중일 때 사유와 처분방향도 계속 보고해야 하고요. 부담할 리스크에 비해 수익성도 크지 않으니 그냥 안 들어가는 게 낫죠"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금융투자업계 매니저가 두산중공업을 두고 한 말이다. 정책 리스크 부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만큼 기관 실무자 입장에선 매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 동안 두산중공업을 사고판 투자자별 매매 추이를 살펴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4억원, 128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외면을 받으며 공매도 단골손님이 됐다. 두산중공업의 대차잔고는 지난 26일 기준 3836억원으로 한 달 전 2708억원에 비해 41.7% 급증했다.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인 대차잔고는 공매도의 대기자금 성격을 띤다.
10월 하순 들어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공매도 비중도 8월 하순 38.7%까지 치솟는 등 꾸준히 두자릿수를 유지해온 것도 주가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두산그룹 종목의 고질병인 부채비율 역시 투자자들의 눈길을 거두는 요소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두산중공업 부채 총계는 18조3997억원으로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265.6%다. 지난해 말(264%) 대비 1.6%p(포인트) 증가했다.
아울러 잇따라 자금조달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단기자금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4월과 7월 진행한 5000억원대 BW(신주인수권부사채)와 1000억원대 회사채 공모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에는 5년여 만에 300억원 규모, 만기 1년짜리 CP(기업어음) 발행에 나섰다. 잇따른 채권 흥행실패로, '급처방전'인 단기 차입금에 눈을 돌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반기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은 3조528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2% 증가했다. 장기차입금은 2조4875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1.9% 줄어들었다. 장기차입금이 단기차입금으로 대체되고 있단 의미다.

◇절실한 새 먹거리·수출…활로는 어디서 언제쯤=두산중공업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확신이라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장기적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주가가 주춤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산중공업 실적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 등 계열사 실적을 제외한 개별 실적 기준 10~15%가량으로 추산된다.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한번 계약이 수년간 실적을 좌우하는 수주산업 특성과 석탄 발전 등에 비해 이익률이 높은 탓에 원전 정책 향방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두산중공업 역시 해외수주에 주력하는 동시에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원전 2기, 20조원 규모), 체코 등지에서 원전 건설이 진행 중이고 국내 원전시장 독점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혜를 기대한다고 한다.
또 탈원전 흐름에 맞춰 원전해체사업도 추진 중이다. 올해 6월 가동을 멈춘 고리원전 1호기도 주기기를 공급한 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두산중공업 측은 설명했다. 통상 원전 가동 중단 후 냉각하는 데 5년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022년쯤 원전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물망에 있다. 풍력발전 시장에선 국내 제조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의 필수요소 중 하나인 ESS(에너지저장장치) 개발로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직 풍력발전 사업이 개발단계인 탓에 실적 기여도가 작지만 2017년 사업보고서부터 실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원전 사업 특성상 정부주도 팀으로 수주가 진행되는 만큼 영국과 사우디, 체코 등지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며 "ESS와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지속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