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 커지며 자금조달 상장사 급증…안전한 투자처 급부상 인기 몰이…경기 둔화 우려 사전에 자금 확보 움직임
#LG화학(310,000원 ▲6,500 +2.14%)은 지난 3월 1조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국내 사상 최대 규모다. 당초 회사 측이 발행하려던 규모는 5000억원이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회사채 수요 예측을 실시해보니 2조6400억원의 자금이 쏠렸다. 이에 회사채 규모를 2배 늘렸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자금조달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회사채는 경기 불안 속 안전한 투자처로 급부상하면서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일단 발행"=자금 조달 기업들이 증가한 이면에는 투자자들의 환대가 있다. 특히 회사채는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기업들이 원래 필요한 조달금액보다 2배 가량 증액할 수 있게 조건을 내거는 일이 늘고 있다.
최대 2000억원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힌 호텔롯데도 마찬가지. 롯데호텔은 지난 11일 총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만기 3년물 400억원, 5년물 400억원, 10년물 300억원 등이다. 그러면서 오는 13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금액을 2000억원까지 늘릴 수 있다고 단서 조항을 뒀다.
SK(360,000원 ▲14,000 +4.05%)도 지난 4일 3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앞서 3000원 규모를 계획했다가, 수요예측에 4배가 넘는 1조2200억원이 몰리면서 증액했다.
회사채는 기관투자자는 물론, 자산가들로부터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경기 하방 위험에 따른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자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가격은 올라간다. 따라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저리로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회사채를 구매하는 투자자 역시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서로 이익이다.
김동환 미래에셋대우 기업금융팀장은 "연초부터 채권 구매 대기수요가 많아 2000억원을 발행한다면 참여물량은 5배 많은 1조원이 몰리는 상황이 지속됐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되면서 기존에 채권 적게 담았던 기관들이 몰리고 있어 3분기까지 수급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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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재 신한금융투자 여의도지점 부지점장은 "대기업 회사채의 경우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자산가들의 수요가 있다"며 "기업들 실적이 안 좋아졌지만, 그래도 그 기업들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은 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채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에서도 자금 조달 기업들에 끼던 색안경이 점차 벗겨지는 분위기다. 자금을 조달해 오히려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에 따른 것이다.
실제 전날 장 마감 후 1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비즈니스온은 이날 1000원(6.54%) 오른 1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17%대 급등하기도 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우호적 환경…부작용도=최근 회사채 발행 환경은 더없이 좋다. 저금리 기조 속 우량기업일 경우 우수한 신용등급만으로도 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여기에 탄탄한 투자수요까지 더해지면 회사 신용등급보다도 회사채 발행금리가 낮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에 이미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돼 충분히 저금리 상태라는 점도 회사채 발행에 우호적이다. 특히 기업들은 경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둔화되면 저금리 상황과 관계없이 일단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전적 자금 확보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한 한화의 경우 발행금리가 2.111%에 불과했다. 올해 4월 국내 은행들의 대기업 평균 대출금리가 3.53%였던 것보다 낮다.
이달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힌롯데제과(32,400원 ▲1,700 +5.54%)의 경우 당초 모집액 900억원보다 300억원 많은 1200억원을 1.758%에 조달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단 금리가 싸니까 회사채를 신규 발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발행했던 단기채도 다 중장기채로 갈아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 조달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한다. 유상증자나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상장사들은 증시가 하락할수록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지면서 주식 가치가 더 크게 희석되는 위험이 발생한다.
회사채 역시 안정적인 자금 조달책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발행량이 많아질 경우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시장이 이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다 반영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회사채 발행이 늘었다"며 "그러나 회사채 발행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이 역시 부채인 만큼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시장에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