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기금 위탁 운용 자산 중 DLF만 떼내 민사소송… "투자일임계약 성격에 위배"

고용노동부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500억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터진 고용보험기금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체 8조원에 가까운 위탁 자금을 운용, 7%대의 수익률을 기록한 성과를 무시한 채 1개의 상품 손실만 문제삼는 것은 무리라는 게 시장과 법조계의 지적이다.
4일 정부부처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달 24일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보험기금을 위탁운용하는 한국투자증권이 독일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584억원을 투자했다가 1년만에 476억원을 손실낸 사안 때문이다.
고용부는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사고 방지 조치가 미흡했고 관련 정보를 지연·부실 보고해 투자 손실 확대를 방지할 기회를 잃어버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고용보험기금 DLF 손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1년 만기로 독일 DLF에 투자했다. 만기 당시 손실 처리 금액은 476억원으로 원금 585억원 대비 81%를 까먹었다.
당시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에 손실이 났다. 국회는 2019년 11월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독일DLF 손실 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했고 이듬해 감사원은 집중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한국투자증권이 독일국채 DLF의 손실발생 및 확대 가능성 등에 관한 정보를 지연·부실 보고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를 받아든 고용부는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손실 책임을 묻기 위한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을 검토했다.
복수의 로펌에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형사 고발은 포기했다.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 우세했지만 일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토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정감사와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정확한 책임소재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주간사의 과실에 따른 손실금액을 따져보는 한편 자산운용지침을 개정해 고위험상품 투자는 걸러내는 제도 보완도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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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감사는 고용기금 운용이 아닌 고용기금의 DLF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원금 585억원을 투자해 475억원의 손실을 낸 것만 보면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 추궁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위탁받은 자금은 585억원이 아닌 7조8000억원 규모다. 이 자금을 채권, 주식, 대체투자, 해외 투자 등 240여개의 상품에 투자에 운용했다.
1년 수익률은 7% 남짓으로 5800억원 남짓의 돈을 벌었다. 목표수익률과 시장수익률(BM)도 맞췄다. 특정 펀드에서 손실을 기록했지만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수익을 낸 셈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목표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개별 상품 손실을 이유로 결과 책임을 묻는 것은 투자 일임 계약 성격에 반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전체 위탁운용자산의 0.75%에 불과한 장외파생상품만 따로 평가해 손실을 문제삼는 게 가능한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반응도 다르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용기금 운용 전체가 아닌 개별 상품을 따지면서 생긴 결과"라며 "다른 연기금 운용 과정에서 손실을 기록한 개별 상품도 책임 추궁 대상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자산운용사 임원도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가 펀드에 담긴 개별 종목 주가를 지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000억원을 넣은 미국 DLF도 865억원(86.5%) 손실이 확정됐는데 고용부 논리라면 이것도 소송 대상이 된다.
소송의 토대가 되는 '지연 보고'에 대한 반론도 적잖다. '지연 보고'가 성립되려면 기준 시점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명확지 않고 한국투자증권이 굳이 지연 보고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투자일임계약을 맺었고 운용 내역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리 보고하지 않아 손실이 커졌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