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원·회계학회, 정책제언 포럼서 ISSB 초안 기초로 한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수립방안 제언

글로벌 차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는 기준을 표준화하려는 작업이 광폭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초안을 기초로 한 한국 버전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제정이 추진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가칭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준비위원회의 부위원장이기도 한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20일 한국회계기준원, 한국회계학회 주최로 열린 'KSSB 준비위원회 정책제언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기존 회계기준원(KASB) 내에 KSSB를 설립해 재무보고와 지속가능성보고(옛 비재무보고)와의 연계성을 제고하고 △ISSB의 지속가능성보고 기준에 기초해 한국적 특성을 가미한 지속가능성공시기준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기존의 재무정보 중심의 재무제표 등 공시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측정·관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CDSB(기후정보공개기준위원회) GRI(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 등 다양한 측정·관리 방법론이 만들어져왔다. 소위 ESG라고 불리는, 재무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 요소에 대한 관심도 같이 커졌다.
문제는 이같은 측정·평가·관리 기준이 난립하는 데서 생겨났다. 국내외에 걸쳐 ESG 관련 측정·평가 기준이 600여개가 넘는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였다. 이같은 혼란을 통합하기 위해 IFRS(국제회계기준) 재단을 중심으로 설립된 조직이 ISSB였다. 일반적으로 IFRS는 재무정보만 다루는 회계기준으로 여겨져 왔지만 ISSB의 설립으로 IFRS의 기준 체계는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IFRS 회계기준 △ISSB의 IFRS 지속가능성공시기준으로 나뉘게 됐다.
전 교수는 "ISSB의 지속가능성공시기준은 '공시기준'이라는 명칭을 통해 기존의 (시민단체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다중 이해관계자 중심의) 지속가능성 보고기준과 명확히 구분이 된다"며 "ISSB는 투자자 중심에 초점을 두고 환경·기후에 우선 집중하며 지속가능성 정보공개를 위한 최소한의 공시기준으로 활용되도록 하면서 기존 이니셔티브와 연대를 강화하는 4가지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 결과가 올 3월말 ISSB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과 관련한 2개의 기준서 초안이다. 일반공시 원칙을 다룬 S1과 기후관련 공시기준을 다룬 S2가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설립 후 이처럼 일찍 초안이 나온 배경에는 SASB와 IIRC, CDSB 등과의 잇딴 합병과 GRI와의 전략적 제휴 등으로 속도를 내는 IFRS재단의 행보가 있었다. ISSB의 이번 기준서 2개의 초안은 7월말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연내 최종안이 공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교수는 ISSB처럼 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만들 KSSB도 투자자 중심의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공시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광범위한 다중 이해관계자 대상이 아닌 투자자 대상의 정보로 국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ISSB의 기준을 최소한으로 하되 한국적 특성을 고려한 기준을 별도로 만들지 여부는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ISSB의 기준이 IOSCO(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 WEF(세계경제포럼) G20 산하의 FSB(금융감독위원회) 등의 지지를 받는 만큼 ISSB의 전략방향을 따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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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와 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먼저 적용한 후 코스피, 코스닥 등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ISSB 기준에 맞게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정보공시의 위치는 사업보고서의 첨부서류 형태로 제출하도록 하며 △재무보고의 원칙으로 자리잡은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처럼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아우르는 연결실체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같은 제도의 도입이 기업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천성현 포스코 기업시민실장은 "KSSB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정보공시 기준이 통합되고 표준화된다면 기업 혼란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기준설정시 기업 현황을 보다 면밀히 살펴서 반영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테면 지속가능성정보의 사업보고서상 기재는, 설령 그 형태가 첨부서류 형태의 기재라고 할지라도 자칫 기업이 자본시장법상 공시정보 오류에 따른 배상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중견·중소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협력사의 ESG 관련 리스크까지 샅샅이 파악하기란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ESG 공시강화가 자칫 중견·중소기업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석헌 신한지주 상무는 "금융사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해야 할 정보제공자이기도 하지만 대출·투자를 실행할 때는 해당 정보의 수요자이기도 하다"며 "금융사에 해당 정보를 엄격하게 요구하게 될 경우 ESG 경영 수준이 미흡한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투자가 경색되는 사항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곽수근 IFRS재단 한국이사는 "(지속가능성공시기준 도입으로) 기업들의 혼란이 많을 것"이라며 "ISSB 기준이 기존 기업들이 하던 것을 다 커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서히 전체를 통합하는 기준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기업들도 기존의 방식대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곽 이사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재무보고에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여왔는데 앞으로는 비재무보고에 대해서도 인력들이 많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며 "IFRS에서도 재무보고와 지속가능성보고가 같은 시점에 같이 나와야 한다고 보는 만큼 (기업들의)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