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디지털자산거래소' 가 무리수로 번진다. 현행법을 건너뛴 지 오래다. 담당 중앙부처가 있지만 공식 협의 절차가 진행된 바 없다. 여러 경로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만 존재한다. 부산시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울에 닿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 출신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등이 노력의 창구다. 부산 '디지털자산 거래소'라는 말만 나오면 '엣헴' 헛기침 소리나 옆구리를 꼬집는 자극이 치고 들어온다는 거다.
올해 초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구상을 내놓을 때 이미 예견됐던 바다. 사실 부산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 시장은 '블록체인진흥원'을 신설하고 '블록체인 국제자유도시 지정'도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펼쳤다. 민간자금 100억원을 모아 지주회사 방식의 거래소를 만든 뒤 최대주주 권한은 부산시가 갖는 방식이다.
참여할 거래소를 모집하면서 부산시는 설립에 필요한 행정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서 행정지원은 '부산시 차원의 지원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금융위 샌드박스 규제 특례 획득'이라고 부산시는 명시했다. 아울러 역외기업(해외기업)들에게는 '본사를 이전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입주공간을 제공하고 세제를 지원하는 등의 행정지원'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8월부터 국내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던 후오비, 바이낸스 등과 MOU(업무협약)을 맺으며 실행에 나섰다. 당연히 금융당국은 가장 먼저 '사법리스크', 국정과제 불일치, 자금세탁위험, 국내산업위축(역차별)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가상자산업계도 대부분 이에 끄덕였다.
부산시가 내세운 조건들 모두 '특례'가 아니라 '특혜'라서다. 규제 특례(샌드박스)는 법이 포괄하지 못할정도로 빠르게 등장한 신산업이 불법 낙인이 찍히기 전 한시적으로 '판단 보류' 해주는 개념에 가깝다. 코인거래소는 이미 등록, 신고, 영업 절차가 법으로 마련돼있다. 이걸 건너뛰게 해달라는건 행정상 특례가 아니라 편법, 불법, 특혜를 요구하는 셈이다. 특히 일부 해외 거래소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불법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왜 '특혜'를 줘야 하는지, 왜 그들을 모셔와야 디지털자산거래소가 가능한지. 박 시장이 대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