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버블 붕괴 때와 비슷…기술주 랠리에 속지 마라"[오미주]

"닷컴 버블 붕괴 때와 비슷…기술주 랠리에 속지 마라"[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11.14 06:31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게 발표된 이후 기술주가 폭등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10일 CPI 발표 이후 11일까지 2일간 9.4% 올랐다.

10일엔 다우존스지수가 3.7%, S&P500지수가 5.5% 뛰어오른 가운데 나스닥지수는 7.3% 급등했다.

11일엔 다우존스지수가 0.1% 강보합에 그치고 S&P500지수가 0.9% 오른 반면 나스닥지수는 1.9% 상승했다.

지난 10월 중순 이후 증시가 반등하는 동안 기술주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했다. 기술주 비중이 가장 낮은 다우존스지수가 랠리를 주도했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는 간신히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올들어 수익률도 기술주 비중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다. 올들어 다우존스지수는 7.1% 하락하는데 그쳤다. 반면 S&P500지수는 16.2% 내려갔고 나스닥지수는 27.6% 급락했다. 기술주 투자자가 느끼는 올해 침체장의 강도가 훨씬 큰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CPI 발표를 계기로 기술주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자 드디어 기술주의 반격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10일 "일부 투자자들은 기술주를 저가 매수하려는 반복된 시도가 닷컴 버블 붕괴를 상기시킨다고 주장한다"며 20년 이상 기술주에 투자해온 T. 로웨 프라이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데이비드 아이스워트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WSJ는 우선 올해 기술주가 많이 떨어졌는데 드디어 하락이 끝났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아이스워트는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되고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사용되는 할인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 패러다임은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낮았던) 2019년과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더 낮아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CPI가 예상을 밑돌았지만 연준(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보다 크게 높다며 긴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이스워트는 이처럼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기술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특히 "사람들은 내게 '개별 종목을 봐라. 주가가 60%나 떨어졌으니 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주가가 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WSJ는 애플의 시가총액이 여전히 미국 전체 에너지업종의 시가총액보다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애플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아이스워트는 "나는 시가총액이 큰 기술주에 대해선 모두 '비중축소'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나는 그간 주식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판단하는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시대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빅테크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10년간은 확실히 기술주 외에 투자할 곳이 없었다. 다른 곳에선 성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나스닥 종목을 저가 매수하는 것이 아닌, 다른 종류의 성장주 시대가 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새로운 성장 투자가 에너지 독립과 에너지 안보, 공급망 안보에 있다면 어떨까"라며 "이 경우 기술업종은 버블이 꺼지고 전통기업들은 견고한 성장의 기회를 많이 갖게 되는 증시 양분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지금 (기술주에 대해선)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펀더멘털 측면에서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과잉이 해소되는데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 것인가에 대한 경기순환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반면 경제의 다른 분야에서는 엄청나게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스워트는 "세상이 경제 기초적으로 변하고 있다면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휴대폰 앱, 데이터센터 외에 다른 분야에 더 큰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등과 관련된 기업에는 더 낮은 가격을 지불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기술주 버블이 꺼진 다음에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진 후에도 사람들은 3년, 4년, 5년간, 사실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계속해서 기술주를 사려고 시도했고 반복해서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이 기술주에 투자했다가 실망했던 것은 기술주보다 나은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택시장이 호황이었고 경제도 부흥하고 있어 기술주 외에 투자할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까지) 기술주에 투자했다가 실망했던 또 다른 이유는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계속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기술기업은 성장했지만 시장은 기술주에 점점 더 낮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했는데 지금 기술주가 다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이스워트는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 상당수는 지난 10~15년 사이에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기술주 투자에서 큰 수익을 얻지 못하던 시기 또는 기술주 외에도 투자할 분야가 많았던 시기,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기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들에겐 지금과 같은 시대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각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지금도 기술주를 언제 저가 매수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서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스닥100지수의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수준은 올들어 많이 떨어졌지만 2019년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다. (위에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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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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