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은행'이라길래 맡겼는데…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요"

"코인 '은행'이라길래 맡겼는데…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요"

박수현 기자
2023.06.27 16:31

[코인 인사이트]

[편집자주] '코인 인사이트'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현안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복잡한 이슈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파악에 주력합니다.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서울에 사는 이모씨가 가상자산 운용 업체 '델리오'를 알게 된 건 2년 전이었다. 긴가민가 넣어봤던 투자금이 불어나자 억대를 넘어서는 자산을 맡겼다. 이씨는 "'가상자산 은행'이라길래 예금을 넣으면 이자가 따박따박 나오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업체라는 말을 믿고 큰돈을 넣어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 운용 업체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가 입출금을 중지한 지 2주가 지났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모임을 형성하고 피해 규모를 집계하거나 고소장을 접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소통 창구를 모두 닫아버린 하루인베스트와 달리 델리오는 일부 코인 입출금을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전체 자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 피해자들은 여전히 막막함을 호소한다.

27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델리오는 오는 28일 정오부터 스테이킹 서비스 관련 가상자산 입출금을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입출금 재개 대상 가상자산은 카르다노(ADA), 솔라나(SOL), 테조스(XTZ), 폴카닷(DOT), 쿠사마(KSM), 니어(NEAR) 등 6종이다. 구체적인 입출금 재개 자산 규모는 공지하지 않았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치자분들께 단계적으로 출금을 재개한다고 약속드렸기에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전체 투자금에서 스테이킹 관련 코인 6종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하루인베스트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나머지 서비스 재개 일정은) 그쪽의 상황에 맞춰서 변동성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사이에선 입출금 재개된 코인이 전체 자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델리오 홈페이지에 따르면 총 누적 거래금액(TVU)이 비트코인 4만1777개, 이더리움 11만8267개, 알트코인 86억 4917만원어치다. 알트코인은 전체 누적 거래금액의 0.4%에 불과한 셈이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델리오보다 하루 먼저 입출금을 중단한 하루인베스트 피해자들은 더욱 막막한 실정이다. 하루인베스트는 전날 블로그에 영문 공지로 "이용자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회사 자산을 보호하고 운영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했다. 입출금 재개 시기나 피해 규모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루인베스트 피해자들은 '하루인베스트 정상화를 위한 대표단'을 구성해 피해 규모를 집계 중이다. 대표단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5시30분 기준으로 피해자는 350명, 피해액은 7863만여달러(약 1021억원)다. 이 수치는 중간 집계된 것으로 합산 대기 중인 피해자가 1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델리오 피해자 모임도 피해자와 피해액을 집계 중이다.

하루인베스트 정상화를 위한 대표단의 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하루인베스트 측과는 전혀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사측이 의미 없는 공지를 내면서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대표단이 법적 대응이나 집단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만나서 소통하고 정보를 공개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13일 오전 9시40분부터 돌연 입출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파트너사였던 가상자산 트레이딩 기업 B&S홀딩스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튿날 델리오도 하루인베스트 사태의 여파로 혼란이 가중됐다면서 오후 6시30분을 기준으로 입출금을 중지했다.

하루와 델리오 투자자 각각 50여명은 지난 16일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서울남부지검에 정상호 델리오 대표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로 고소했다. 이외의 피해자들은 법무법인과 피해자 모임 등을 통해 추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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