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인사이트]


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린 지난 2일 오후 1시40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월드코인 '오브'(Orbs)에 33도의 땡볕 더위를 뚫고 사람이 모여들었다. 국내에 세 곳뿐인 오브에서 홍채 인식으로 아이디를 만들고 월드코인 25개를 받기 위해서다. 월드코인 25개는 약 7만6400원어치다.
이날 오브를 찾은 중국인 장모씨(32)는 "어제 한국에 입국했는데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 월드코인 오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라며 "투자 가치가 있는 코인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코인을 알아볼 겸 월드 아이디를 만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월드코인이 정식 출시된 지 열흘이 지났다. 전 세계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의 명성을 업고 상장 직후 급등했던 시세는 진정세다. 전 세계 이용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월드코인을 두고 누군가는 '사기'라고, 누군가는 '혁신'이라 주장한다.
3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월드코인(WLD)은 전날 대비 2.96% 하락한 3059.95원에 거래 중이다. 정식 출시일인 지난달 24일 4641.23원까지 올랐던 월드코인은 2155.45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3000원대로 복귀했다. 시가총액은 3568억여원이다.

월드코인은 생체 인증으로 신원을 증명한 이용자에게 코인을 분배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다. 기계나 로봇의 고도화로 인간이 소외되는 등 AI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탄생했다. 모든 이용자에게 기본소득 성격의 월드코인을 무상 제공해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AI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홍채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된 오브에서 홍채 인증으로 신원을 증명하면 월드 아이디가 발급되고 코인이 지급된다. 월드코인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전 세계에서 217만6423명이 아이디를 발급받았다.
월드코인은 온라인에서 인간과 AI를 구별하는 신원 확인 인프라와 새로운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월드코인은 자사 프로젝트에 대해 "분산형 금융 및 신원 확인 인프라를 통해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디지털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미래를 앞당겨 기회의 평등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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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포부는 거창하지만 홍채 정보를 수집한다는 특성 때문에 출시 직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지난달 24일 블로그를 통해 "월드코인은 개인정보 유출, 오브의 접근성, 해킹 등 보안 우려 등을 위험 요소로 갖고 있다"라며 "홍채 정보 등은 신원 위조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월드코인이 거래 기능 외에 뚜렷한 쓰임새가 없다는 점도 한계다. 예자선 변호사는 "월드코인은 돈으로 바꿔야 쓸 수 있는 가상자산"이라며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투자자가 자기 돈으로 바꿔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규제로) 발행이 금지라고 하는데 국내 투자자가 다른 나라 사람들 기본소득까지 준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