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 초대석]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한국예탁결제원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4년 한국증권대체결제회사로 설립돼 증권 대차거래중개, 집합투자증권 예탁결제(FundNet), 전자투표관리, 전자증권제도 시행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예탁결제원은 이제 명실상부 자본시장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반세기의 전환점을 돈 예탁결제원이 어떤 행보를 걸어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예탁결제원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이순호 사장(사진)을 지난달 26일 여의도 서울사옥에서 만났다. 이 사장은 "예탁결제원은 지난 50년간 자본시장 발전과 그 역사를 함께 하며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며 "앞으로도 혁신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예탁결제원은 향후 50년의 과제를 고민하기 위해 오는 5일 여의도에서 국제 컨퍼런스를 준비 중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사장직에 취임한 이후 굵직한 성과를 내왔다.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한편 지난 6월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와 연계한 국채통합계좌 시스템을 개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영국·싱가포르 등지에서 글로벌 투자기관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 10월에는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내부적으로는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해 뉴노멀이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앞장섰다. 실무 회의부터 임원 회의에 이르기까지 종이 없는 회의를 정착시켜 예탁결제원의 종이 사용을 40% 가까이 줄였다. 업무에서도 종이 대신 태블릿이나 PC 사용을 장려해 내부에서는 인수인계나 과거 사례를 참조하기가 용이해져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이 개선됐다는 평을 받는다.
이 사장은 "자본시장은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가 융합된 '빅블러(Big Blur) 현상'으로 업권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예탁결제원도 혁신을 위해 다양한 과제들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토큰 증권(STO)이나 전자 주주총회 관련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 "해외 중앙예탁기관(CSD)은 정보제공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이런 흐름에 맞는 방향성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올해로 한국예탁결제원이 50주년을 맞았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50년간 자본시장의 발전과 그 역사를 함께 하며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증권 대차, 환매조건부채권(Repo), 담보 관리, 펀드의 생성부터 성장, 소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펀드넷, 다양한 증권정보를 전달하는 증권정보포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0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성과는 성공적으로 전자증권 시대를 개막한 것이다.
증권의 발행부터 소멸까지 전 과정이 전자화 처리되는 전자증권 제도의 도입으로, 기존 실물 유가증권의 발행, 관리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가 대폭 감소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올해는 해외 투자자가 우리나라 국채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국채통합계좌 시스템을 오픈했다.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지원하는 등 국가 경제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본다.
독자들의 PICK!
-창립 50주년을 맞아 준비 중인 사업이 있는지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반세기의 여정을 되짚어보고자 사사 편찬과 향후 100년을 향한 도약을 위한 새로운 미래비전 선포를 준비 중이다. 사사 편찬은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예탁결제원이 만들어온 혁신과 성과를 기록하고 미흡한 부분을 반성해 미래의 경영지침서로 활용하고자 한다.
오는 5일에 서울 여의도에서 '디지털 혁신과 CSD의 미래'를 주제로 국내외 학계, 법조계, 업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창립 50주년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디지털 혁신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혁신적인 자본시장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차원에서다.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과제는 무엇인가
▶현재 자본시장은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가 융합된 '빅블러 현상'으로 업무 권역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예탁결제원 또한 혁신을 위해 다양한 과제들을 추진하고자 한다. 해외 CSD의 경우 정보제공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이런 흐름에 맞는 방향성을 고민 중이다.
먼저 새로운 IT기술을 반영하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이용자가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
또한 ATS(대체거래소) 출범을 맞이해 원활한 복수거래 시장안착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책당국이 추진 중인 토큰 증권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증권에 대해 전자등록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다. 또 전자주총 관리업무 도입을 추진하는 등 투자지원 업무의 다양성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올해 6월 국제예탁결제기구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가 개통됐다
▶국채통합계좌는 국채시장 선진화의 필수 요건으로, FTSE Russell은 국경 간 연계시스템을 WGBI 편입요건인 시장 접근성 판단기준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국채통합계좌 개통으로 한국 국채 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다른 선진 국채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별도로 한국 내 계좌를 개설할 필요가 없으며 적격외국금융회사(QFI)를 통해 역외에서 비과세 신청까지 가능하게 됐다. 또 역외에서도 국채매매와 담보거래가 가능해져 한국국채의 유동성과 활용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주주의 권익제고를 위해 '실기주과실과 미수령 주식 찾아주기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캠페인 실시 후 주주들에게 약 5억3700만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찾아드렸다. 올해도 캠페인을 통해 1억원 상당의 주식과 배당금을 수령한 사례가 있다.
-정부의 공매도 정책과 관련해 예탁결제원에서 준비 중인 사항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이후로, 금융위는 지난 6월 관련 유관기관, 전문가 그룹 등의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수립했다. 이에 지난 9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기관의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 상환기간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예탁결제원은 법 시행에 앞서 업무규정 개정 및 시스템 개편을 완료했다. 법 시행 전이지만 현재 공매도(차입매도) 예외 거래가 가능한 시장조성자(MM), 유동성공급자(LP)를 대상으로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 상환기간을 최장 12개월 이내로 관리 중이다. 이번 개선방안 시행을 통해 공매도 거래조건 측면에서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주들의 참여와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전자주주총회 도입준비는 어디까지 왔나
▶전자주주총회 관련 상법·상장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예탁결제원도 정부 정책과제를 지원하기 위해 전자주주총회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를 반영해 본격적으로 전자주주총회 시스템을 개발해 오픈할 예정이다. 예탁결제원 플랫폼을 통해 전자주주총회 서비스가 제공되면, 물리적·공간적 제약 없이 어디서든 주주총회 참여가 가능해져 주주들이 의결권을 용이하게 행사하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