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인사이트]

가상자산 환치기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상자산 환치기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1조원을 넘는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이 늘고 '김치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만큼 실제 환치기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본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는 2조225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환사범 적발액이 2조300억원으로 가장 컸고, 자금세탁(1950억원), 재산 도피(7억원) 사범이 뒤를 이었다. 외환사범 중에서는 환치기가 1조6109억원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전체 불법 외환거래의 절반 이상은 가상자산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해 적발된 가상자산 환치기 규모는 1조575억원으로 52.36%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불법 외환거래에서 가상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89.9%), 2023년(88%)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16배 늘었다.
환치기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계좌를 만든 뒤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의 계좌로 빼내는 방식의 불법 외환거래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는 보통 대금을 받은 뒤 해외 소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하고, 이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체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는 기존의 환치기에 따른 이익에 더해 '김치 프리미엄'(한국 프리미엄)에 따른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와 수십퍼센트(%)씩 차이 나던 2022년에는 이처럼 시세차익을 노린 아비트리지(재정거래)를 비롯한 환치기 규모가 훨씬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가상자산 환치기 적발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환치기가 빈번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경 간 거래에서 기존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보다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게 빠르고 편하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 등이 무역 거래에서도 빈번하게 이용되는 것으로 안다"라며 "적절한 규제안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여야 하는데 지금은 P2P(개인 간 거래)로 법망을 피해 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국내 거래소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도 아비트리지가 성행한다는 방증이라는 평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단일 자산에 매수나 매도가 몰려 프리미엄이 타 자산보다 높거나 낮을 경우 빠르게 프리미엄이 타 자산 수준으로 맞춰진다는 뜻"이라며 "이는 자산간,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DEX)와의 아비트리지 등 여러 거래 기법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정부는 규제의 사각지대를 좁혀 가상자산을 이용한 탈세와 환치기를 막고자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공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우회·불법 거래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국경 간 거래 보고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의 청이 옹 아태지역 정책 총괄은 "국가별 규제 및 집행 수준이 균일하지 않아 생기는 빈틈이 가상자산이 범죄 조직에 악용될 가능성을 높인다"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전 세계적으로 일관된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AML/CFT)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