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대해부]세계최초 듀얼 고주파 시술, 사람마다 다른 피부에 맞춤형 리프팅
글로벌 미용의료기기 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미국 솔타메디칼의 서마지(Thermage)와 울쎄라(Ulthera) 같은 브랜드가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기술 표준이 고도화되고, 통증·안전·효율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기업들이 주목받는다.
스킨그랩(SKIN GRAB)은 수많은 미용기기 스타트업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설립 4년차에 불과하지만 미국 FDA 인허가를 확보했고 대만·러시아·홍콩 등 주요 시장에서 독점계약을 따내는 등 빅 플레이어로 성장할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해외 유수의 의료기기 기업으로부터 OEM·합작법인·지분투자 제안을 동시에 받는 등 기술력 검증을 이미 통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킨그랩 이수건 대표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풀 사이클' 경험자다. 첫 직장인 제이시스메디칼에서 14년간 근무하면서 제품기획·연구·글로벌인허가·품질·영업까지 두루 담당했고 2019년 쉬엔비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자리를 옮겨 제품기획부터 런칭, 해외시장 개척준비 등의 핵심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회사를 나와 2021년 스킨그랩을 창업했다. 20년간 미용의료기기 한 분야에서 모든 업무를 맡아본 사람은 이 대표가 유일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가 창업한 스킨그랩은 처음부터 남다른 행보를 밟았다. 초기에는 정부 과제와 기술보증기금 대출에 의존하며 초기 자금을 확보했지만 곧 기존 미용의료기기 업체에서 아웃소싱 계약을 수주해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스킨그랩은 단순 '개발 용역'이 아니라, 인허가·양산까지 책임지는 턴키 모델을 제시해 기존 OEM/ODM 구조와 차별화를 꾀했다. 이후 2023~2024년 벤처캐피탈과 정부의 매칭투자를 받아 사업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리는 중이다.
스킨그랩은 △국내 특허 5건 등록, 20건 출원 △미국출원 10건, 등록 1건 △PCT 5건 출원 △국내상표 12건 등록 △중국상표 2건 등록 등 독자적인 기술을 쌓아가고 있다. 주요제품은 피니프 시스템(FINIFF SYSTEM)이라는 미용의료기기 브랜드다. 피부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끝냈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두개의 고주파를 활용해 피부의 겉과 속을 한번에 케어하는 기술이 토대다.
여성 뿐 아니라 최근에는 남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미용시술은 리프팅이 주를 이룬다. 사람의 피부는 외부자극으로 손상을 입으면 자체적으로 이를 회복하려는 활동을 시작한다. 세포 밖 단백질인 콜라겐이 '손상→수축→재생'의 사이클을 밟는데 이 과정에서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져 주름이 줄고 미백효과도 생긴다.

기기 마다 피부에 자극을 주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고주파(RF) 에너지로 진피층(1~3mm)을 가열하기도 하고 고강도 초음파(HIFU)로 진피하부의 일부지점에 순간고열을 일으켜 콜라겐을 수축시키는 방식도 있다. 레이저 같은 특정 파장의 빛을 표피와 진피에 쏘기도 한다. 방식과 효과의 차이는 있지만 콜라겐을 열로 자극하는 원리, 그리고 시술과정에서 열감이나 통증을 느낀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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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겐이 자극을 받을수록 피부재생 효과가 크지만 열감과 통증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마취를 하거나 피부에 마취크림을 발라야 한다. RF 장비에 화상방지용 순간냉각 가스분출 장치를 결합한 이유다. 스킨그랩은 이런 부작용을 제대로 잡은 기술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사람마다, 얼굴 부위마다 피부의 깊이와 형태, 컨디션이 다르고 같은 에너지가 들어가도 콜라겐을 자극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열감이나 통증도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기존 제품들은 열감을 식히기 위해 일률적인 양의 냉각가스가 나오게 설계돼 있어 어떨때는 아프기도, 덜 아프기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콜라겐이 자극을 받으면 통증이 느껴지기 때문에 엄밀히 얘기하면 아파야 피부가 좋아지는 것인데 이렇게 수백, 수천번의 샷(자극)을 줘야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피니프 시스템은 비침습 고주파와 침습방식의 두가지 고주파 모드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비침습 모드는 매 샷마다 피부의 온도 변화를 감지해 냉각가스 분사량을 조절한다. 경쟁사 장비들이 일률적인 냉각만 제공하는 것과 달리, 환자의 피부 상태에 맞춰 에너지를 일정하게 전달할 수 있어 '효과 편차' 문제를 최소화한다. 냉각가스가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시술 효과가 극대화된다.
'덜 아프면서 더 효과적인 시술'이라는 모순적 요구를 기술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시술자나 피시술자가 편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치료를 마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침습 모드는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피부 깊숙이 에너지를 전달한다. 특히 기존 장비가 1메가헤르츠나 2메가헤르츠 중 하나만 적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피니프는 두 주파수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듀얼 고주파 니들 시술을 구현했다. 2메가헤르츠는 피부 표면을 자극해 주름·피부톤·피부결을 개선하고, 1메가헤르츠는 진피층과 근육층까지 도달해 피부 탄력을 높인다. 또한, 한번에 3개의 층에 고주파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능도 가장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피니프 장비의 경우 타사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시술속도가 빠르고 피부재생 효과도 더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며 FDA와 식약처 승인이 빨랐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시장반응은 좋다. 대만에서는 현지 2위 피부미용기기 수입업체와 독점계약이 성사됐고 러시아에서도 톱3 업체와 같은 계약이 이뤄졌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이외 미국, 호주, 일본, 이란, 태국 등 K뷰티에 관심이 있는 지역에서도 수출계약이 임박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올해 초 미국과 중동, 브라질 등에서 열린 전시회에 피니프 장비를 출품했는데 현지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아 갈 오퍼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미 기술력은 검증받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제는 실무적인 협업논의와 마케팅에만 집중하면 적잖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용의료기기를 잘 만드는 국가는 몇 곳 안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첨단 하이테크 기반을, 이탈리아가 장비 기계화 역량을, 그리고 한국이 고주파·초음파 기반 응용기술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클래시스, 원텍, 제이시스메디칼 등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한국기업의 경우 원천기술보다는 응용기술과 상용화 능력에 강점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스킨그랩은 이런 흐름 속에서 더 빠른 개발 사이클과 환자 맞춤형 기술을 무기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 투자를 결정했다"며 "피니프는 소모품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내장하고 있어 1회용 시술 팁(Tip) 등 반복매출을 통한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가능하다는 게 핵심지표"라고 말했다.
스킨그랩은 2024년말 국내 벤처캐피탈에서 45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200억원을 인정받았는데 올해는 가치가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5년 4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대표는 언급했다. 내후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후속 파이프라인 3종(초음파 약물전달 기기, 2.45GHz 마이크로파 장비, 라인타입 HIFU)을 개발 중이다.
스킨그랩은 아직 직원 14명의 소규모 기업이다. 하지만 FDA 허가·글로벌 계약·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라는 3박자를 갖춘 스타트업은 흔치 않다. 한국은 이미 'K-뷰티'로 전 세계 소비자 시장을 장악했다. 이제는 K-메디컬 뷰티 디바이스가 그 뒤를 이을 차례다. 스킨그랩 사례는 단순한 스타트업 성공담을 넘어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차세대 주도권을 쥘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