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땐 한국회사, 불리하면 외국인...감사받지 않는 조단위 매출 기업

필요할 땐 한국회사, 불리하면 외국인...감사받지 않는 조단위 매출 기업

지영호 기자
2025.10.01 14:30

[MT리포트/책임없는 유한책임회사]②

[편집자주] 청년기업, 혁신기업 성장을 북돋기위해 마련된 유한책임회사 제도가 외국계 기업의 회계감사 회피를 위한 탈출구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 있는 본사에 배당이나 로열티로 대부분 보내면서 국내에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다시피 하다. 국회를 대하는 태도도 무시 수준이지만 국회는 이번에도 제도개선을 미뤘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MBK파트너스 앞에서 열린 'MBK 김병주 회장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ABSTB) 원금반환촉구 기자회견'에서 MBK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MBK파트너스 앞에서 열린 'MBK 김병주 회장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ABSTB) 원금반환촉구 기자회견'에서 MBK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최근 1년간 발생한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로, 올해 3월 현안질의에선 '홈플러스' 사태로, 이달 열리는 국감에서는 '롯데카드' 해킹사건으로 국회 출석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김병주 MBK 회장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회피해왔고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을 태세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유튜브에서 다시금 회자되는 황당뉴스 영상 중에는 피터 곽(곽근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가 있다. 지난해 2년 연속 가맹점과의 갈등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예년과 달리 통역을 대동하고 영어로 답변했다. 피터 곽 대표의 답변태도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캐나다 국회에서 저딴 식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들건들대서 증인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유영하 의원), "작년에 한국말을 하던 분이 올해는 왜 못하냐?"(신장식 의원)는 질타가 이어졌다.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 답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 답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국회를 경시하는 두 사람은 교포 출신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것 외에도 유한책임회사(LLC)를 이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요할 땐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다가 불리하면 외국계 유한책임회사라는 장막 뒤로 숨는다.

일례로 MBK는 고려아연 인수전에서 중국투자공사(CIC) 지분이 포함된 펀드를 활용할 것이 알려지면서 기술유출 우려가 커지자 '한국 기업'임을 강조했다. 반면 초대형 이슈의 중심에 있음에도 인수 시점에서의 자금조달이나 수익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증여와 연대보증 방식으로 3000억원에 이어 국감에 앞서 2000억원 추가지원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방법과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꼼수 지원 발표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 회장은 올해 기준 국내 최고 부자다. 지난 4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부자 순위에 따르면 자산 98억달러(약 14조원)로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84억달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82억달러)을 제치고 국내 자산가 1위에 올랐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몇번이고 출석해 소명하는 재계 총수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배경엔 이 회사가 출자금액을 한도로 책임을 지는 출자자로만 구성된 유한책임회사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대표 외국계 유한책임회사/그래픽=김현정
국내 대표 외국계 유한책임회사/그래픽=김현정

아디다스코리아는 올해도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예고돼 있다. 다행히(?) 곽 대표는 지난 6월 사임하고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후임인 오스트리아 국적 마커스 모렌트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어떤 자세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디다스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제도개선을 등한시하는 등 가을국회 단골손님이 된 배경엔 깜깜이 회계가 자리잡고 있다.

독일기업이 모태인 아디다스코리아는 2016년 국내에서 매출 1조원, 순이익 1000억원을 신고한 이후 지금까지 공시하지 않고 있다. 나이키코리아 등 대부분의 스포츠브랜드가 실적을 공개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2017년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조직변경을 하면서 외부감사가 면제됐다.

유한책임회사 규정에 숨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기업은 차고 넘친다. 미국 기업 중에는 '월트디즈니컴퍼니', '마이크로소프트(MS)5673', '아마존웹서비스(AWS)', '일렉트로닉아츠(EA)' 한국법인 등이, 프랑스 기업 중에는 '구찌', '입생로랑', 발렌시아가', '록시땅' 등이, 이탈리아에는 '보테가베네타', 스위스에는 '네슬레' 등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다.

최근에는 중국기업이 유한책임회사로 국내에 대거 들어왔다. 지난해 사오미테크놀러지를 비롯해 웨일코리아가 유한책임회사로 설립됐다.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는 2022년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해 외부감사를 피하고 있고 티메프사태를 일으킨 C커머스 큐텐코리아는 같은해 유한책임회사로 설립됐다가 이듬해 주식회사로 변경했다.

정치권에선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라는 격언처럼 외부에서의 감시가 소홀한 기업은 회계의 투명성이 결여된다고 본다. 정보를 숨김으로써 공정거래를 저해할 뿐 아니라 수익을 축소하거나 탈세·분식회계 등의 유혹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국내 주둔 해외상공회의소나 산업부를 통해 수집되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한책임회사에도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면 "한국을 떠나겠다"(외국계 회사)라거나 "해외 경쟁사를 도와주는 꼴"(전략물자 지정기업)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해외 대부분 국가가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고 있고, 방산기업을 포함한 국가기간산업 대부분이 기업공개를 하는 마당에 억지라는 의견이 맞선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유한회사까지 외부감사 의무를 둔 신외감법을 추진했을 때도 상당한 우려가 있어 시행령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럴 필요 없이 잘 운영돼왔다"며 "기업 규모에 따라 공시여부를 결정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유한책임회사에도 외부감사가 필요한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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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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