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는 공공재인가(中)

정부와 여당이 검토하고 있는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금융회사의 지분 규제에 비춰도 과도하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과 금융지주를 제외한 증권·보험·카드사 등 2금융권은 아예 대주주 지분 제한이 없어서다. 저축은행은 자산 20조원 이상이면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방안이 최근 추진되고 있으나 이에 부합하는 저축은행이 현 시점에는 없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일각에서는 "디지털자산거래소보다 훨씬 시스템 리스크가 큰 금융회사조차 지분 규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회사는 업권별로 대주주 지분 한도 제한이 차등 적용되고 있다. 은행과 은행지주회사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지분 4%를 초과 보유 할 수 없다. 금융자본의 경우 동일인(본인과 특수관계인) 한도 규제 10%를 적용받고 그 이상 초과 보유하려면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지방은행의 경우 산업자본이 15%까지 보유할 수 있다.
반면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신용카드사, 캐피탈사 등 2금융권은 별도의 대주주 지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저축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이 최근 지분 규제를 예고했다. 자산규모 20조원 이상은 50%, 30조원 이상 34%, 40조원 이상 15%를 각각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자산규모가 가장 큰 SBI저축은행의 총자산이 14조원으로 기준을 밑돌아 당분간 지분 규제를 받는 저축은행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대주주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평균 94%로 사실상 1인이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다.
저축은행과 보험사는 예금과 보험료를 받아 대출 등으로 자금을 굴린다는 점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보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위험)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수신 기능이 있는 저축은행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사금고화' 우려가 불거졌음에도 현재까지 별도의 지분 규제를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대해서는 지분규제 대신 6개월~2년 주기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다.
만약 디지털자산거래소에 지분 규제를 도입하면 금융회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은행과 금융지주 수준이 되는 것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가 수신기능도 있는 2금융권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받는게 과연 적절한지 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분규제 대신에 2금융권 처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만 "금융회사는 인허가 단계의 사전규제와 사후적으로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검사 및 제재 등으로 촘촘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디지털자산거래소는 사전·사후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다"며 "사후 규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사전적으로 지분 규제를 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독자들의 PICK!
⑤ 주요국, 민간기업 소유규조 인위적 제한 사례 전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율 15~20% 제한 방안은 해외선진국 관련 제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글로벌 기준과 맞지 않는 방식이 국내 시장을 고립시켜 산업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2일 가상자산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규제와 관련해 투명한 지배구조에 초점을 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어디에서도 민간기업 소유규조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사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관련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구체적으로 EU의 경우 디지털자산 포괄규제인 MiCA(Market in Crypto-Assets Regulatios)를 통해 가상자산서비스 사업을 신청할 때 지배구조 설명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지분율 10% 이상의 주요 주주와 경영진의 전문성, 평판, 범죄기록 등의 심사를 의무하는 조항만 포함돼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MiCA는 EU가 만든 세계 최초 가상자산 기본법이다. 가상자산 발행과 거래를 통합해 규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지난 2023년 제정됐다.
일본 금융청(FSA: Financial Services Agency)도 PSA(Payment Services Act)로 불리는 자금결제에 관한법률을 적용해 가상자산거래소를 규제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를 등록·신청할 때 결격 사유로 사회적 신용과 반사회적 세력 관계, 금융관련 법령 위반 처벌 경력 등이 검토된다. 경영진의 적격성 심사와 내부통제 체계, 이용자 보호 의무 이행 여부를 지속 점검하는 구조만 갖는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를 규제하는 법률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몇몇 관련 입법이 논의되고는 있는데, 거래소 등록·소비자 보호·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뉴욕주에서는 2015년부터 금융서비스국(NYDFS)이 가상자산 사업 규제를 위해 BitLicense를 도입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을 신청하면 주요주주, 임원, 이사, 주요 책임자에 대한 신원조회 항목만 규정돼 있다.
아울러 싱가포르도 10% 이상 주요 주주와 경영진의 범죄 기록과 과거 사업 비윤리 행위, 재무건전성만 심사할 뿐 지분율에 대한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주요 주주가 변경되거나 지분율이 오르면 해당 주주의 적격성만 재확인하는 단계를 가진다.
영국 금융감독청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소유구조 공시를 강조할 뿐 지분율에 대한 법적 상한은 별도로 두지 않는다.
이 같은 흐름을 이유로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 견제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최근 진행하는 지분율 제한은 과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관으로 진행된 관련 심포지엄에서 김윤경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가상자산거래소 규율 목적은 책임과 감독 강화로, 소유구조 획일화가 답이 될 수 없다"며 "지분 분산은 해외 사업의 투자, 수평적 M&A(인수합병)로 연계될 수 있으므로 경영 불확실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⑥경영권 방어 불가...VC 투자 매커니즘에도 악영향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15~20% 제한'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스타트업과 창업 생태계 전반에 혁신 의지 약화와 투자 위축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자본주의의 핵심 동력인 '성공에 대한 보상'을 부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열심히 해서 기업을 키워놓으면 국가가 공공성을 명분으로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공포심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2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민간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일궈온 혁신 산업에 대해 정부가 사후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산업의 존립을 흔든다는 점에서 과거의 '타다 사태'와 유사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타다는 17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도 사업을 접어야 했다. 택시업계가 불법 콜택시라며 강력 반발했고 택시기사가 분신해 사망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정부와 국회가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입법하면서 서비스를 막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기업이 성장해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이 되자 정부가 '공공 인프라'라는 모호한 명분을 내세워 사후적으로 지분을 강제 매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도 "밤잠 설치며 서비스를 키우는 것은 성장의 결실을 누리기 위해서다"며 "그런데 덩치가 커졌다고 지분을 강제로 팔라고 하는 상황이 당연해진다면 누가 제2의 두나무(업비트 운영사)를 꿈꾸겠느냐"고 반문했다.
◇VC 투자 매커니즘에도 악영향

특히 이번 규제는 스타트업의 자금줄인 벤처투자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벤처캐피탈(VC)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는 '창업자의 확고한 리더십과 지분율'이다.
스타트업은 성장을 위해 수차례의 투자유치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은 필연적으로 희석된다. 만약 최대주주 지분의 상한선이 15~20%로 묶인다면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창업자의 지분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VC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이 낮은 창업자는 거대 자본이나 적대적 세력으로부터 기업을 지켜내기가 어렵다"며 "경영권이 흔들리는 회사에 돈을 태울 이유가 없다. 스타트업은 결국 자금 조달 통로가 막혀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지분 상한이라는 제도적 규제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행위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서는 직접적인 지분 상한 정책보다는 지배력 변동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경영진의 적격성과 투명성을 중심으로 감독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의 정당한 권리 중 하나는 기업의 지분을 매각해 보상받는 '엑싯'(Exit)이다. 강제적인 지분 제한에 의해 창업자가 제값을 받고 지분을 매각할 기회가 박탈된다면 규제를 피해 해외로 법인과 핵심 인력을 이전하는 선택이 늘고 한국은 '혁신 엑소더스'를 겪을지 모른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는 "성공의 대가가 경영권 박탈이라면 어떤 인재가 창업에 투신하겠느냐"며 "최근 유망 창업가들이 한국을 떠나 미국행을 택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근본 원인도 사후적 규제로 경영권을 흔드는 이러한 역행적 정책 관행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