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자산 배분 재조정)이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다음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 유예를 앞두고 이달 수급 통계에서 연기금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기록이 포착되면서다. 국민연금이 국내 연기금 수급의 핵심으로 손꼽혀 왔던 만큼 시장은 연기금 순매도에 국민연금 매도분이 상당 부분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이 부상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의 다음달 국내주식 비중축소 가능성을 전제로 시장 상황에 대응 중이어서 국민연금 리밸런싱이 시장에 선반영되기 시작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국내주식 비중이 운용 허용 범위를 벗어나면 기계적 매도에 나서는 절차인 리밸런싱을 이달 말까지 유예했다. 다만 개별 종목의 주가와 업종 비중,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한 일반적 매매까지 중지를 선언한 적은 없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연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09조9390억원 어치를 사고 112조2310억원을 팔아 2조292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 거래실적 통계상 연기금 수급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각종 공제회 등의 거래가 반영된다. 국민연금은 3월말 기준 국내주식만 320조9000억원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여서 연기금 수급 집계에는 국민연금의 매매 방향이 중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코스피지수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과 다음달 리밸런싱 재개를 앞둔 선제적 비중 조정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달에는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했다. 아울러 전략적자산배분 허용 범위를 기존 ±3% 포인트(P)에서 ±6%P로 확대하고 전술적 자산배분 ±3%P와 합산해 최대 ±8%P까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상단이 최대 28.8%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코스피가 9100선까지 치솟으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허용범위까지 낮추려면 60조원어치 국내 주식을 순매도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코스피지수는 이날 8471.02(전 거래일 대비 3.26%)로 조정을 받은 상태여서 매도 압력은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완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의 다음달 리밸런싱 재개를 염두에 두고 매매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독자들의 PICK!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순매도 금액은 사실 외국인보다 기관이 더 컸고, 기관 투자자 내 세부 세그먼트(투자 주체별 구분) 수급 주체들은 대부분 강한 순매도를 보였다"며 "최근 외국인 중심의 매도 흐름이 기관 매도 흐름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고, 기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배경에는 국민연금 국내주식 매도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인 매도 움직임의 일환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삼성전자(340,500원 ▲30,500 +9.84%), SK하이닉스(2,580,000원 ▲25,000 +0.98%) 등 우량 채권 위주로 국내 채권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7월부터 제한적으로나마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할 것"이라며 "신규 자금을 포함한 매수 자산은 국내채권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어떻게 할지는 철저히 비공개"라며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공공성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했다. 국내주식 비중 상향 배경에 대해서는 "똑같은 비중에서 가액이 커졌는데 이를 처분해야 하느냐라는 고민이 있었고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것"이라며 "이 좋은 장을 포기하면 우리가 바보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