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조의 벽, 2000억의 공백…홈플러스 회생 멈춘 숫자들

3.6조의 벽, 2000억의 공백…홈플러스 회생 멈춘 숫자들

김지훈 기자
2026.07.06 16:29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수정안과 자금 조달 공방/그래픽=김지영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수정안과 자금 조달 공방/그래픽=김지영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동안 마련한 자금조달 계획이 법원으로부터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으면서 실질적인 파산 수순에 들어갔다. 삼일회계법인이 산정한 홈플러스 가치 약 3조6800억원(청산가치 기준)이 인수합병(M&A) 추진에 난관으로 작용한 가운데 홈플러스 회생관리인(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각자 대표이사)과 메리츠금융그룹(홈플러스 최대 채권자) 간 2000억원 추가 자금조달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

6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 폐지를 결정한 홈플러스 사태는 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이 산정한 기업가치가 기초자료가 됐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6월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2조5058억여원, 청산가치를 3조6816억여원으로 산정했다. 삼일은 외부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을 통한 외부자금 일시 유입이 없으면 홈플러스가 채권자에게 빚을 갚으면서 존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인수합병과 관련해 유효한 입찰서를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영업가치가 청산가치 대비 1조1758억원이나 뒤떨어지게 산출된 상황이어서 인수에 나설 유인이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생기업 인수가는 청산가치 보장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청산가치 아래로 낮아지기 어렵다. 청산가치 보장 원칙이란 매각대금 등을 재원으로 한 변제계획이 법원 인가를 받으려면 채권자들에게 회사를 당장 청산해 배당했을 때 받을 몫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는 채무자회생법상 원칙이다. 회생기업의 영업가치가 청산가치를 밑돌면 잠재적 인수자 입장에선 인수대금이 회사에서 거둘 수 있는 가치를 웃돌아 사는 순간 사실상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기 쉽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내 매장의 모습. 2026.7.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내 매장의 모습. 2026.7.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홈플러스 매각이 어려워지자 회생관리인이 법원에 회생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최소 2000억원의 추가 외부자금이다. 회생관리인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영업양도대금 1206억원과 별도로 2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적자 점포 등을 포함한 비핵심점포 37곳의 영업을 중단하고 핵심점포 67곳에 집중하는 수정 회생계획안도 이같은 규모의 자금조달을 전제로 마련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MBK파트너스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DIP(긴급운영자금) 대출 1000억원을 받았다. 5월 7일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영업양도 계약을 체결해 지난달 22일 대금 1206억원을 전액 수령했다. 하지만 운영자금난은 해소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직원들의 6월분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거래처 대금도 제대로 치르지 못해 매장 영업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추가 외부자금 2000억원을 놓고 메리츠 측과의 협상은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았다. 회생관리인은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해상보험·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 3사로부터 2000억원을 DIP금융으로 추가 차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법원에 밝혔다. 그러나 메리츠 3사는 MBK와 김병주 회장의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까지만 대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MBK와 김 회장은 메리츠가 2000억원을 대여하는 것을 전제로 그중 1000억원만 연대보증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메리츠는 빌려줄 돈의 상한을 1000억원으로 그었고 MBK는 보증 범위의 상한을 1000억원에 맞췄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회생계획안이나 수정안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DIP금융 등을 통해 적어도 2000억원 정도의 외부자금을 추가로 조달해 변제자금 및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추가 자금조달 계획에 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소명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는바 결국 수행가능성이 없어 심리 또는 결의에 부칠 만한 것이 못된다"고 했다.

홈플러스와 채권자들이 폐지 결정에 대해 항고할 수 있는 시한은 오는 20일이다. 항고하지 않거나 이후 항고가 기각돼 폐지 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은 홈플러스에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