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지컬 AI(인공지능) 기업 스카이인텔리전스가 ABB로보틱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로보틱스 및 반도체 기업들과 손잡고 제조업 AI 자동화의 최대 병목으로 꼽히는 '현장 데이터' 문제 해결에 나섰다.
27일 스카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회사는 ABB로보틱스와 엔비디아가 공동 발행한 '고정밀 제조 산업용 피지컬 AI' 백서에 딜로이트, 아시아인포와 함께 주요 기여 기관으로 참여했다. 회사가 제공한 핵심 기술은 산업용 디지털 트윈, 작업 단위 합성데이터, 로봇 비전 데이터, 그리고 리얼 투 심 투 리얼(Real2Sim2Real) 엔지니어링 루프다.
이번 참여가 주목받는 이유는 백서를 공동 발행한 ABB로보틱스의 시장 입지 때문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10월 ABB의 로보틱스 사업을 53억 7500만 달러(약7조81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이 거래는 유럽연합(EU), 중국, 미국 등의 규제 승인이 남아 있어 2026년 중후반 최종 종결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손정의 회장이 추진해온 대형 AI 베팅의 연장선에 있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누적 6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 5000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는 등 고강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BB 로보틱스 인수 역시 AI 모델과 인프라 구축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작동할 '몸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즉 오픈AI(AI 모델)와 암(Arm, 반도체 설계), 스타게이트(컴퓨팅 인프라)로 이어지는 거대 AI 생태계 구축에 이어, ABB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AI가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일 '몸체'까지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손 회장은 지난 14일 도쿄에서 열린 연례행사 '소프트뱅크 월드 2026'에서도 2040년까지 AI 관련 매출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인 46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간 5조 달러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물리적인 몸을 갖췄다고 해서 로봇이 곧바로 사람처럼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가 인터넷의 방대한 텍스트와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하며 발전한 것과 달리, 산업용 로봇은 인터넷 데이터만으로 현장 작업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조명 변화, 부품의 미세한 공차, 표면 재질과 반사광, 충돌 같은 예외 상황은 실제 공장에서 충분히 수집하기 어렵고, 데이터 확보를 위해 생산라인에서 의도적으로 사고를 반복할 수도 없다. 피지컬 AI 시대의 진짜 병목은 AI 모델이나 로봇 하드웨어가 아닌 '현실을 학습할 경험 데이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백서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산업용 피지컬 AI는 AI 모델 하나로 완성되지 않으며, 디지털 트윈과 합성데이터, AI 검증, 로봇 동작 검증, 파일럿 셀, 실제 공장 피드백을 하나의 엔지니어링 루프로 연결해야 공장에 안전하게 배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관건은 모델 정확도가 아니라 '현장 투입 준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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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인텔리전스가 맡은 역할이 여기에 있다. 회사는 백서에서 산업용 디지털 트윈과 작업 기반 합성데이터를 제공하는 핵심 기여 기관으로 참여했다. 실제 제조 환경의 재질, 조명, 카메라 특성, 산업 공차 등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고, 로봇 비전 AI가 학습할 수 있는 고품질 합성데이터와 자동 생성 라벨을 구축한다. 여기에 AI 검증과 로봇 동작 검증, 실제 공장 피드백을 연결하는 ‘리얼 투 심 투 리얼’ 엔지니어링 루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모델 성능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실제 제조 현장에 안전하게 배포할 수 있는 현장 투입 준비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회사의 핵심 역할이다.
이 같은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카이인텔리전스는 지난 6월 ABB로보틱스와 전략적 협약을 맺고,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 '로봇스튜디오'에 초정밀 합성데이터 기술을 이식하는 등 현장 실증을 진행해 왔다. 회사는 엔비디아의 공식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ISV) 파트너이기도 하며, 최근 시리즈A 확장 라운드를 통해 기업가치 1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서울대학교 AI연구원과도 로보틱스 핵심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현재 수준의 피지컬 AI를 대규모언어모델 수준으로 발전시키려면 현실 데이터만으로는 10만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앞으로의 경쟁은 AI 모델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검증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디지털 트윈과 합성데이터는 현실의 경험을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해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카이인텔리전스는 2023년 11월 설립된 피지컬 AI 콘텐츠 솔루션 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사 SKAI(2,235원 ▲75 +3.47%)의 관계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