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폭락 '검은 화요일']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긴급진단

"최근 시장 변동성은 메모리 업황과 AI(인공지능) 투자 기대를 재조정하는 성격인 만큼 실적 시즌을 통과하며 유의미한 반등이 나타날 것입니다."(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가 28일 장중 6000선까지 무너지며 10% 넘게 급락했다. 6000선이 뚫린 건 지난 4월14일 이후 3개월 반 만이다. 이달에만 30% 가까이 빠지는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증권가는 한목소리로 "지금은 과도한 저평가 구간"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수급이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심리적 회복을 낙관하는 목소리는 예전만큼 크지 않다.
머니투데이는 이날 주요 증권사 센터장 8명을 대상으로 코스피 급락과 관련한 긴급 진단 설문을 진행했다. 센터장들은 이날 증시 급락 원인으로 중국발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와 AI 투자 의구심, 단일종목 레버리지 등 ETF(상장지수펀드) 관련 기계적 매도를 꼽았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재평가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 우려가 하락의 출발이었지만 낙폭을 키운 것은 외국인 대규모 매도와 레버리지·ETF 상품의 기계적 매매가 결합된 수급 충격"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DUV(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 소식에 글로벌 반도체주들이 급락했다. 아울러 시장이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건전성에 주목하면서 AI·반도체 업종에 악재로 작용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조7828억원을 순매도하며 3거래일 연속 조단위 순매도에 나섰다.
7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전월 말 대비 29% 하락하는 등 글로벌 주요 증시에 비해 큰 낙폭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서는 수급 영향을 주로 꼽았다. 조수홍 센터장은 "국내 증시 변동성이 금융위기 당시를 상회할 만큼 확대된 상황에서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이 주도하는 장세에서 반복된 급락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반도체처럼 경기순환적 성격이 강한 업종의 비중이 높아진 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처럼 변동성을 키우는 상품에 자금이 몰리며 기계적 리밸런싱이 변동성을 더 키웠다"며 "투자업종 다변화 등으로 전반적인 변동성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국내 증시를 좌우하고 있는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펀더멘털 대비 우려가 과도하다는 진단이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의 실수요는 아직 견조하다고 판단된다"며 "과거와 같이 수요 감소나 공급 과잉으로 급격히 꺾일 업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발 반도체 추격 우려는 기술격차가 상당한 상황이어서 업황 사이클을 훼손할 재료가 아니다"며 "다만 시장금리가 잠재적 리스크 요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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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들은 한 목소리로 6000선 초반으로 하락한 지수 수준은 '과도한 저평가'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000 초반까지 빠진 상황은 과매도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변동성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점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날 장중 저점 수준인 6000선은 가격 조정, 밸류에이션 등을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반영한 수치"라며 "6000선에서는 점진적인 반등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내년까지 놓고 보면 매크로 및 AI, 반도체 산업 등에 대한 피크아웃 리스크로 인해 코스피 전 고점 돌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등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빅테크들의 AI투자 확인, 반도체 기업 중심의 실적 상승, 금리 우려 완화 등을 꼽았다. 윤창용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재료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투자계획 확인"이라며 "반도체 수요 회복과 외국인 자금 유입 재개, 실질 금리 안정 등이 확인될 경우 시장은 펀더멘털 중심의 재평가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따른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현재 센터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리밸런싱 구조상 주가가 하락하면 장 막판 추가 매도가, 상승하면 추가 매수가 기계적으로 출회돼 방향성을 증폭시키는 수급 왜곡을 만들어왔다"며 "제도 보완과 함께 근본적인 수급 환경 회복이 병행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 센터장은 "급락의 근본 원인은 아니지만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상품별 총 규모 제한, 리밸런싱 시점 분산, 괴리율 탄력적 관리 등이 함께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