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이걸로 증권사가 혜택보는 모양" 매담대 지적
연 9% 고금리에도 1년새 50조원 넘게 급증
1년 8개월간 키움 411조, 미래에셋 127조 신규취급
'주식 판 돈' 빠르게 받고 싶은 투자자 수요↑
하반기 금리인하했지만 신규 줄어 체감효과 제한적
금융당국 이달 T+1 로드맵 공개, 금리산정체계도 점검

내년 주식결제 주기 단축을 앞두고 주요 증권사의 매도금담보대출이 1년새 293%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증권사에서 한 달에 나간 신규 대출금만 67조원에 달했다. 매담대는 투자자가 주식을 판 뒤 매도대금이 들어오기 전까지(2거래일) 증권사가 그 대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초단기 대출이다.
증권사별로 한도가 제각각인 데가 하반기 들어 금리가 급격히 인하돼 매출금담보대출 한도·금리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하반기 자발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췄지만 신규액이 줄어 고객들의 체감효과가 제한적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12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10대 증권사가 신규 취급한 매담대는 약 67조4631억원으로 1년 전(17조1828억원)보다 50조2803억원(293%)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한 달 평균 10조원대에 머물던 매담대 신규 취급액은 코스피지수 상승을 타고 지난해 10월 23조원대로 불어났다.
특히 올해 들어 매담대가 수직상승했다. 1월 매담대 신규 취급액은 38조3544억원으로 전월 대비 41.80% 늘었고 4월(47조8653억원)에서 5월(64조4104억원) 사이 34.57% 급증했다. 하반기에는 코스피지수 하락과 투자심리 위축 등 복합적 영향으로 7월 매담대가 30% 줄었고 8월에는 전월 대비 반토막 났다.
매담대는 현행 주식결제 주기(T+2) 체계에서 생긴 대출로 이재명 대통령도 문제를 지적했다. 매담대 급증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주식 판 돈을 빨리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컸다는 뜻이다. 다른 주식을 사기 위한 투자금이나 생활비로 쓰는 경우가 많다.
매담대가 폭증한 와중에 증권사들의 대출금리나 한도 관리는 제각각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매담대 신규 취급액이 약 411조원으로 가장 많은 키움증권에서는 계좌별 70억원까지 매담대를 받을 수 있다. 키움증권은 기존 30억원이던 대출한도를 올해 6월부터 높였다. 1년 8개월간 약 127조원의 매담대를 신규 취급한 미래에셋증권의 최대한도는 30억원으로 키움증권과 40억원 차이가 났다.
최대한도를 두지 않은 증권사가 있는 반면 5억원으로 제한하는 곳도 있는 등 회사별로 차이가 컸다. KB증권은 30억원, 하나증권은 20억원씩 계좌별 최대한도를 두고 있다. NH투자증권(24,250원 ▼550 -2.22%)은 고객별 한도를 5억원으로 설정해 키움증권(238,000원 ▼5,000 -2.06%) 최대한도의 7%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별도의 최대한도 없이 전일·금일 결제한 매도대금의 98% 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대출금리도 증권사별로 차이가 큰 가운데 하반기 들어 급격히 인하되면서 증권사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올해 1월 연 7.5~10% 수준이던 증권사들의 매담대 금리는 8월 기준 연 5~8%대로 약 2~3%포인트 떨어졌다. 각 사가 하반기 들어 매담대 금리를 자발적으로 내린 영향이다. 미래에셋증권(28,400원 ▼1,450 -4.86%)은 지난 7월 금리를 연 9%에서 7.95%로 내렸고 오는 11월2일부터는 이용금액 3000만원 이하에 한해 2%포인트 더 내린 5.95%를 적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금리를 내린 하반기부터 매담대가 급감한 데다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매담대 신규 취급액은 약 23조5978억원으로 한 달 새 50% 급감해 금리 인하 체감효과는 제한적이다. 자발적 금리 인하 경쟁으로 더 낮은 금리를 주는 증권사로 옮겨 빌리거나 한도가 더 높은 곳을 찾아가는 등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매담대 금리산정체계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애초에 5%대를 적용할 수 있었다면 왜 그동안은 기본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9%대 고금리를 받았느냐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도 직접 매담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비치며 신속한 결제주기 단축을 주문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23일 국무회의에서 "주식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내가 주식을 팔았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그 돈을 돌려받는 데 이틀씩 걸리는 게 납득이 잘 안 될 수 있다"며 "이게 해당 증권사들은 그 사이 이 자금을 이용해서 꽤 혜택을 보는 모양이다. 이게 좀 정당하지 않은 측면도 좀 있어서 (시행 시기를) 단축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매담대 금리산정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매담대 관련 투자자 보호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 의원은 "매도금담보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증권사별 금리와 대출한도는 제각각이고 연체나 미상환에 따른 이용자 부담도 우려된다"며 "금융당국은 금리 산정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 실태를 점검하고, T+1 결제주기 단축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