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 과학자의 죽음

[기자수첩]스타 과학자의 죽음

백진엽 기자
2010.03.15 08:31

지난달말 세계적으로 촉망받던 한 물리학자가 자택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다.

그는 초전도체 기술을 개발해 한국 초전도분야의 위상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성익 서강대 교수였다. 이 교수의 죽음에 국내 과학계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개발한 초전도체 기술은 세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되면서 세계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과학계는 그를 노벨상 후보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로 유능한 과학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그가 왜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까. 연구성과에 대한 압박감, 이 교수 영입을 두고 벌인 포스텍과 서강대 사이의 다툼, 이 과정에서 불거진 연구비 유용의혹 및 경찰 수사.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연구에만 몰두하던 한 과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연구성과에만 몰두하는 대학, 결과에만 환호하는 사회적인 풍토 속에 이 교수가 설 자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교수의 자살소식이 전해진 뒤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성과물을 바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되지 않겠냐"고 고인을 애도했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국가 연구·개발(R&D) 정책을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 기업과 산업에 필요한 R&D에 투자하고 그 집행 역시 산업에 맡긴다는 것이다.

"국가 R&D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이윤추구'다. 국가 R&D를 기업에만 맡길 경우 돈이 되지 않는 분야의 연구는 누가 할 것인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기초과학이 약하고 이를 소홀히 여기는 판국에 국가가 상업화만 염두에 두고 R&D를 하는 기업에 R&D 선택권을 넘겨버리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은 영원히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

 

제조분야는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다. 그러나 기초과학이나 원천기술 측면에서는 여전히 일본에 한참 뒤진다. 휴대폰 판매량이 늘수록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로열티도 증가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과학을 소홀히 하고 성과 위주 개발에만 투자한다면 우리나라는 '재주만 부리는 곰'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