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컴투스 사장 "기업규모에 상관없다. 이윤 적당히, 인력투자가 가장 중요"
# 통신솔루션 벤처기업 N사 김모 대표는 최근 국내 대형 IT기업 A사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대리급 핵심 개발자 4명이 한꺼번에 A사로 옮겼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을 준비중인 N사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메신저 기반 통신솔루션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었는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A사에서는 이직자들에게 예전의 2배 가까운 높은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10여명이 대기업으로 옮겨 제품개발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 회사분위기도 엉망"이라고 한탄했다.
# 중소 모바일게임 업체 컴투스는 최근 넥슨·네오위즈·엔씨소프트 등 거대 온라인 게임사들의 모바일게임 진출 공세에도 흔들림이 없다. 컴투스가 보유한 모바일게임 핵심인력들은 타기업의 스카우트 1순위다. 그러나 컴투스를 떠나는 인력은 별로 없다. 무엇보다 '남아야할 사람'을 반드시 잡는다. 스타 개발자들에게 벤츠나 BMW 등 고급 수입차를 제공하고 높은 연봉을 지급한다. 박지영 대표는 "스타개발자에 대한 최고 대우가 곧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중소벤처업계의 인력 유출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대기업들의 IT분야 투자가 확대되면서 중소벤처의 개발인력이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인력이 빠져나간 기업들은 "회사가 문닫을 지경"이라며 하소연을 한다.
대기업들은 반대로 "그들 스스로 찾아왔다"며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측은 "많은 급여와 안정된 직장을 찾아 중소기업 근로자가 스스로 옮기는 것이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인력을 빼앗아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떠난 자들도 할 말은 있다. 최근 대기업으로 옮긴 한 IT개발자는 "SW인력유출은 대기업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낮은 연봉에 청춘을 바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라고 말했다. 어찌보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좀 더 큰 회사로 가는 것은 직장인의 꿈이다.
그렇다고 인력유출현상을 무작정 방치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력수급의 불균형은 결국 '강소기업'을 뿌리내릴 수 없게 해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해법의 단초들도 하나둘씩 감지되고 있다. 일부 중소벤처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직원들과 성과공유를 확대하고 유연한 근무여건, 창의적 조직문화를 조성해 대기업과 차별화시키며 인재 유치에 나서는 것이다.
한 국내 중견 인터넷기업 CEO는 "대기업의 유혹에 직원들이 흔들리는 것은 이들 기업의 간판과 높은 급여, 안정적인 직장 등이 원인"이라며 "핵심 인력을 지키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성과에 대한 보상을 높이고, 이들이 최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여건 개선에 나서면서 안정적인 인력구조를 유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IT벤처업체 A사는 최근 스톡옵션 확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의 성과가 높아질수록 직원들과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다. 개발자들의 업무여건도 개선하고 자유로운 근무환경 조성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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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한 임원은 "구글 캠퍼스처럼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며 "대기업에 비해 당장의 급여가 적을 수 있지만 미래 가능성과 현재 삶의 질 적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대기업으로 이직했던 인력들의 'U턴'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수년 전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됐지만 수직적 조직문화에 갑갑함을 느껴오다 중소벤처로 컴백하거나 창업에 나서는 것이다.
'틱톡' 돌풍을 일으킨 신생벤처 매드스마트의 박정수 팀장이 대표적이다. 미국 캘로그 MBA 출신으로 대기업 사업전략팀에 근무하던 박 팀장은 현재 12명의 또래 청년들과 함께 성공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박지영 컴투스 대표는 "기업이라면 규모를 떠나 기술개발처럼 인력도 꾸준한 관점에서 육성하고, 인력이동에 대처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적당한 이윤추구 외에 나머지는 인력양성에 최우선 투자돼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SW개발자들은 프로젝트를 끝마치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자존감도 높은 편"이라며 "대기업들은 이같은 SW인력의 특성에 맞는 조직문화가 다소 부족한 편인데 중소기업들도 이를 염두에 둬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