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광 기자의 포토에세이②]느낌 있는 봄꽃사진
一樹寒梅白玉條(차가운 매화 한그루, 백옥같은 가지)
逈臨村路傍溪橋(다리목 길가에 저만치 피었네)
不知近水花先發(물 가까워 꽃 먼지 핀 줄 모르고)
疑是經冬雪未消(겨울이 지났음에도 아직 눈이 녹지 않았나 하더라)
昨冬雪如花(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
今春花如雪(이 봄에는 꽃이 눈과 같구나)
雪花共非眞(눈과 꽃이 참 아님을 알면서)
如何心欲裂(내 마음은 왜 이리 찢어지는지)

만해 한용운 선생과 매계 조위 선생이 각각 벚꽃과 매화를 소재로 지은 한시다. 차디찬 겨울을 견뎌내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꽃샘 추위로 여느 때보다 더뎌진 봄꽃.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만개된다. 봄꽃은 심상(心想)을 자극시키는 좋은 사진 주제다. 봄꽃을 보면서 간절한 기다림, 따뜻한 소망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봄꽃을 보면서 받은 심상(心想)을 사진에 담아본다면 어떨까. 여기저기 흔하지만 생각만큼 담기 힘든 것이 봄꽃을 소재로 한 사진이다. 이번 주제는 느낌 있는 봄꽃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팁을 소개해본다.
◇봄꽃 만개 '순간'…사전정보는 필수

쉽게 핀 만큼 쉽게 지는 게 봄꽃이다. 제대로 된 봄꽃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개화시기 먼저 알아보는 게 우선이다. 올해는 봄꽃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평균 2~3일 정도 더디지만 작년보다는 2~4일 정도 빠르다. 봄의 전령사 개나리의 경우, 지난달 17일 제주지역을 시작으로 이번 주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진달래꽃도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움추렸던 봉우리를 활짝 드러낸다. 봄꽃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벚꽃의 경우, 남부 지역부터 피기 시작해 오는 10일 서울지역에서 만개할 예정이다.
개나리와 진달래의 경우, 한번 꽃이 지기 시작하면 화사한 결과물을 얻기 힘든 만큼 서두르는게 좋다. 벚꽃의 경우, 꽃이 만개한 장면도 수려하지만 꽃이 질 때 꽃잎 날리는 장면이 절정이다. 개화 후 만개까지 겨우 일주일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만큼 시기에 유의해야한다.
◇ 점심은 피하는 게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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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윤중로 등 대표적인 봄꽃 명소들은 상춘객들로 북쩍이기 마련이다. 인파가 붐빈 상황 역시 사진 소재지만 느낌 있는 사진을 담기 위해선 아침이나 오후 늦게 한적한 시간을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점심을 피하는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한낮의 봄 햇빛은 강렬한 반면,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의 빛은 부드럽다. 명암대비도 작다. 보다 이상적인 봄꽃 사진을 담기에 유리한 시간대다. 인파가 없는 이른 새벽의 벚꽃길 역시 제법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어울리진 않겠지만 야간 풍경도 마찬가지다. 가로수 불빛에 반사되는 꽃사진은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백의 미학… 과감없이 버려라



봄꽃에 취해 있노라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장의 사진에 모든 걸 다 담고 싶어진다. 하지만 눈으로 봤을 때와 달리 그 결과물을 보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주제'가 없으면 '느낌'도 없다. 이럴 때는 과감히 생략법을 써보자. 일단 포인트(사진촬영 지점)을 잡아 프레임에 전체를 잡아보고 '주제'와 상관없는 배경들을 하나씩 버려보자. 느낌만 살릴 수 있다면 수만개의 벚꽂 가운데 딱 한송이도 괜찮다. 어떤 배경으로 촬영할 지 여부도 중요하다. 밝고 화사한 색상의 꽃이라면 다소 어두운 배경을 선택해보자.

◇와이드 사진 '패턴'을 잘 찾자

봄꽃을 주제로 와이드(광각) 사진을 촬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촬영하고 나면 그냥저냥 평범한 사진이 나오기 십상이다. 느낌 있는 와이드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사진을 촬영하는 포인트(촬영자의 위치) 탐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길게 늘어선 벚꽃길을 담아내기 위해 산 정상을 찾아 헤메는 사진가들이 적지않다. 높은 곳이라고 해서 좋은 결과물을 얻는 것은 아니다. 'S'자 'L' 등 꽃나무길의 모양 혹은 녹색 풀밭과 호수 등 주변 색상과의 조합 등을 배합한다면 의의로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빛을 요리하자…역광을 활용해라
빛을 잘 요리할 줄 아는 사진가만이 좋은 결과물을 얻는다. 봄꽃 사진도 마찬가지다. 빛이 들어오는 쪽에서 촬영하는 '순광'은 왜곡되지 않은 사진을 얻을 순 있겠지만 밋밋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꽃잎이나 가지 등 일부분을 촬영할 경우라면 빛 반대 방향에서 촬영하는 역광사진이 보다 풍성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태양 빛을 가득 머문 꽃잎은 영화 영상 같은 효과를 주기에도 충분하다.


◇봄비(春雨)도 좋은 소재…비온 뒤의 풍경도 매력
봄은 비가 많은 계절이다. 봄비 때문에 꽃사진을 망쳤다고 실망하지 말자. 모든 것이 차분히 정리된 비 온 뒤의 풍경은 또다른 감상 포인트. 남들이 쉽게 찾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봄비를 주제로 삼을 경우, 비에 젖은 꽃잎은 이 주제를 확실히 뒷받침해주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스팟 측광이냐 평균측광이냐
일반적으로 꽃잎은 밝고 화사하다. 만약 전체 구도 속에서 평균 노출값을 계산해 밝기를 조절하는 '평균분할 측광'으로 촬영한다면 어둡고 칙칙한 결과물을 얻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전체 구도의 일부분의 노출값을 측정해 사진 밝기를 조절하는 '스팟 측광'을 이용해보자. 스팟측광 모드로 설정한 뒤 '꽃잎'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반대로 와이드 촬영 시에는 평균분할 측광이 유리하다.
◇조리개(F)값 열까 조일까

사진의 원근감(심도)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조리개(F)값이다. 심도는 피사체와 주변배경을 모두 선명하게 촬영할 것인지, 피사체만 뚜렷하게 촬영할 것인지 결정하는 변수다. 조리개(높은 F값)를 바짝 조이면 피사체와 배경 모두 선명한 사진을, 조리개를 개방(낮은 F값)하면 피사체만 부각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조리개 우선모드로 촬영하되, 조리개값을 조금씩 조이면서 촬영해본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너무 개방하거나 조일 경우, 오히려 주제가 불분명한 사진이 될 수 있다.

◇꽃이냐? 인물이냐?…'스토리'를 담자
봄꽃 사진은 꽃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인물(사람)이 대상에 포함되면 더욱 인상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단 이 경우 꽃보다는 인물을 주제로 삼자. 여기에 나름대로의 주제를 정해 스토리텔링을 구상한다면 단순한 꽃사진 보다 기억에 오래 동안 머물만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