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 학과장

얼마전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접속 제한을 강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를 재개한 사건이 벌어졌다. 표면적으로는 논란이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이지만, 복잡하게 얽힌 망중립성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처럼 잠재돼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MWC에서도 망중립성은 화두였다.
앞으로 통신사의 차별 없는 서비스 제공 의무와 망 투자비 분담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망중립성 논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KT와 같은 거대 망사업자가 접속제한을 하게 되면 스마트TV등의 스마트 기기 사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이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기존 방송 시청은 가능하지만 스마트TV 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 일반 TV나 다를 바 없게 된다. 고가의 스마트기기를 구입한 사용자 입장에서는 대기업들의 싸움 탓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맡게 될지도 모른다. 글로벌 무대에서 뛰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고객을 볼모로 삼아 법정다툼까지 해야 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이다.
KT와 같은 망사업자들은 망소유주의 측면에서 스마트TV가 자사의 인터넷망을 무단 사용하고 있고 고화질 대용량 서비스로 인한 폭증된 트래픽으로 앞으로 통신망 블랙아웃(Blackout)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용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무임승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망사업자 나름의 입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입장에서 당연한 요구일 수 있다.
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망사업에 있어 그 비용을 관련 산업에 공동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 기기가 대부분 대용량의 퍼포먼스를 요구하며, N-스크린(Screen) 서비스와 같이 서로 다른 망을 월경하는 서비스가 창궐하는 마당에 망사업자의 과도한 요구는 마치 고속도로 설비 분담금을 자동차 업계에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 망이 급속도로 고도화되고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날로 스마트화하는 생태계에서 서비스 차단이나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사회적 합의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누구나 통신망을 자유롭게 사용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논쟁거리다. 통신업체와 제조업체, 웹 개발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FCC (연방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업계의 로비와 논쟁이 매우 치열하며 이러한 첨예한 대립은 망중립성의 사안의 복잡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 사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는 망중립성 문제가 대선 쟁점이 될 정도로 심도 있고 체계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망중립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법제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내 IT 산업은 또 하나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일상생활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사업자와 장비제조업체 간의 상생할 수 있는 윈윈 (Win-Win) 협력모델 구축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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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과 관련된 현안 해결을 위해 1년 이상 논의해왔지만 사업자 간 협상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연말 방통위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이드라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업자의 행동이 나왔다는 것은 바로 그 정책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망중립성 이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다양한 이해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복잡계이다. 망중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유인이 감소될 수 있고 무임승차의 좋은 도구로 이용되어 자칫 스마트 생태계를 저해하며 망투자를 위축시켜 건전한 산업활성화에 독이 될 수 있다.
반면 망중립성이 외면될 경우 기존 거대사업자의 독과점을 강화하고, 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즉 망 중립성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개방성’ 원칙과 함께, 현실적인 트래픽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공정성’ 측면도 충분히 고려가 되어야 한다. 개방성과 공정성을 조화롭게 아우르며 네트워크, 단말,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사업자 간의 협력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 경쟁, 투자, 혁신을 통해 스마트 생태계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망고도화, 콘텐츠,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 스마트 기기 이용 환경 개선, 스마트 생태계의 공정한 거래규범 확립이 필수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하며 “기술의 발전이란 개방된 플랫폼, 개방된 개발툴, 개방된 경쟁속에서 이뤄진다”라고 피력했다.
사용자 보호와 산업 혁신에 필수적인 망중립성 확립은 이제 한 기업, 한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망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가 연결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스마트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망고도화정책과 인터넷개방성을 위한 망중립 문제와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논란은 정보화 사회에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던 논란, 즉 산업적 경쟁과 공익적 이익을 어떻게 아우르냐의 문제로 귀속된다.
서로 상충하는 원리를 효과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이상적 접점을 찾아내는 작업이 바로 한국적 상황에 맞는 한국적 망중립성 정책을 도출해내는 과정이다. 사용자와 망업계, 서비스업계 등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국내 통신시장 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망 중립성 정책방안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