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과 을'.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 돈이 오가는 산업계에 흔히 적용되는 '룰'이지만 유료방송시장에서는 더욱 명확히 적용돼 왔다.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막강 '갑'이다. 최대 플랫폼 사업자인 SO가 갖고 있는 방(채널) 중 하나를 얻어 프로그램을 내보내야 시청자도 만나고, 광고도 붙고, 콘텐츠사용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PP로서는 SO와의 채널 계약이 생존의 문제다.
최근 이런 구도에서 SO와 PP간 싸움이 벌어졌다. 그것도 일반 SO나 PP의 싸움이 아닌 국내 5대 MSO(복수SO)중 하나인 씨앤앰과 MPP(복수PP)인 CJ E&M간이다.
씨앤앰이 CJ E&M 채널 2~3개를 아날로그 상품에서 빼려하자 CJ E&M은 이에 반발했고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씨앤앰은 지난달 2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CJ E&M은 조정을 거부하고 양사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O의 전횡 때문에 PP가 진정서를 내거나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SO가 PP때문에 방통위에 '우는' 소리를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씨앤앰이 CJ E&M 채널수를 줄이려한 것은 채널 수가 다른 PP들에 비해 많다는 이유에서다.
씨앤앰의 70~80여개 아날로그 채널 중 13% 가량이 CJ E&M으로 편성돼 있다. 의무편성 채널을 제외하면 20% 가량. 콘텐츠 수익분배에서 CJ E&M이 가져가는 비중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CJ E&M은 이에 "17개 채널이나 보유했음을 감안하면 이정도 편성비중은 당연하고 자체 제작비나 시청률 등 콘텐츠 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내 최대 콘텐츠 사업자로 성장한 CJ E&M은 SO에 그저 '을'이 아닌 셈이다.
'갑'과 '갑 같은 을'의 싸움에 속이 타는 건 중소 PP들이다. 일반PP는 지상파나 메이저PP와 SO간 협상이 마무리돼야 협상을 할 수 있는데 마냥 눈치보며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등장한 종편 및 보도전문PP 등에 밀려 한 채널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진 때 '갑을병정'에도 못 끼는 일반PP에게 이들의 신경전이 '배부른' 투정 같아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