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유있는 한국 슈퍼컴의 추락

[기자수첩]이유있는 한국 슈퍼컴의 추락

조성훈 기자
2012.06.27 05:00
↑ 조성훈 정보미디어부 기자
↑ 조성훈 정보미디어부 기자

"사실 슈퍼컴퓨터 순위를 높이려면 해외서 최신 제품을 사오면 됩니다. 정작 더 급한 것은 저변확대와 국산화입니다."

한 국내 슈퍼컴퓨팅 솔루션 제조사는 최근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과 관련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 18일 발표된 세계 슈퍼컴 톱 500 순위는 한국 IT과학기술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이 일본을 제치고 슈퍼컴 1위에 오르며 선두를 탈환한 가운데 중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우리나라 슈퍼컴 순위는 20위권에서 50위권으로 대폭 하락했다. 500위권에 포함된 슈퍼컴은 기상청의 해담(55위)과 해온(56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 타키온(65위) 뿐이다.

수준차이는 더 크다. 1위인 미국 IBM의 세쿼이어가 16.32 페타플롭스(PetaFLOPs)의 처리속도를 보인데 반해,해담과 해온은 0.31 페타폴롭스, KISIT의 타키온은 0.27 페타플롭스에 불과하다. 페타플롭스는 1초당 1000조회의 연산을 처리하는 수준이다. 2위를 차지한 일본의 슈퍼컴 K는 10.51 페타플롭스, 5위를 차지한 중국의 티엔허(천하)1A도 2.56 페타플롭스다.

속도차이 뿐이 아니다. 미국은 전세계 슈퍼컴의 절반을 자국 회사가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후지쯔가 세계적인 슈퍼컴 공급사이다. 중국역시 2004년 이후 자체 중국국방과학을 통해 슈퍼컴 CPU를 개발, 티엔허를 한때 세계 1위에 등극시켰다.

반면 우리 슈퍼컴은 미국산 일색이다. 슈퍼컴 국산화가 이뤄지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시스템을 대거 보급할 수 있는데다 응용SW를 사용하기 쉽게 만들 수 있어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국산화 노력은 드물다.

더욱이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한나라의 IT과학기술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지 오래다. 기상예보나 원자력, 지진분석, 석유탐사는 물론, 금융이나 첨단공학 분야에서도 두루 사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슈퍼컴육성법을 발효시켰지만 아직 구체적 정책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슈퍼컴 순위경쟁에 앞서 진정한 슈퍼컴육성방안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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