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이기주 KSIA원장 "KISA, 한국인터넷·보안 핵심인재 발굴·육성 '화수분' 역할 할 것"
흔히 공무원 출신의 국회의원이나 기관장을 얘기할 때 '정통관료', '행정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중앙부처 5급 행정사무관으로 출발해 20여 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1급(실장)이나 차관을 거쳐 '졸업'한 이들에게 주로 붙는 호칭이다. 이기주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신임 원장(사진)에게도 그런 호칭이 붙는다.

옛 정보통신부 공보관 시절, 쓴 소리를 내뱉던 기자들 중 그와 20분만 얘기하고 나면 고개를 절로 저으며 "못당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논리 정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얼굴 하나 붉히지 않으면서 조곤조곤 할 얘기 다 하고, 기자들의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재주꾼. 그가 이제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인 KISA를 책임지는 자리로 다시 공직으로 돌아왔다. 방통위 퇴직 후 2년여 만이다.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1년 여간 몸담았던 그는 "보호막 없는 민간기업의 생존경쟁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한다. KISA 원장으로 다시 공무원 밥을 먹게 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처리한 일은 '인재 채용'이었다. KISA 조직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 5개 대학에서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이 원장이 직접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채용설명회 개최를 타진하고, 직접 설명회에 참석했다.
"한국의 인터넷 진흥과 보안, 국제협력을 모두 맡고 있는 KISA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KISA 원장이라면 우수한 인재를 뽑고, 모집한 인재들이 대한민국의 최고 인터넷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입니다."
특히 기존 KISA 직원들에게 업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행사를 새롭게 신설하고, 일반 직원과 원장의 격의 없는 티타임 등을 마련해 인터넷 벤처기업에 버금가는 열린 소통 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보였다.
최근엔 KISA 처음 '홈커밍데이'도 열었다. 최근 국내 주요 산업 곳곳의 주요 정보보안 총책임은 거의가 KISA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인재를 민간기업으로 ‘뺏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KISA 직원들에게 인생 2모작의 좋은 선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이 점을 착안, OB(올드보이) 선배들을 초청해 이들의 현재 성공한 모습과 KISA 재직 당시 업무 노하우를 공유해보자는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취임 3개월을 맞는 이 원장은 이처럼 산하기관의 경쟁력 척도인 '전문인력 확보'와 '소통', 그리고 구성원의 '미래비전'까지 염두에 둔 조직정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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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는 상당히 활기가 넘치는 조직입니다. 이들이 더욱 업무성취를 높일 수 있도록 최대한 정부의 지원을 끌어낼 계획입니다. 아울러 업무부문에 있어서도 직원들이 다양한 부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업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우려 합니다. 아울러 다양한 경험은 결국 직원들이 더욱 발전한 시야를 갖고 자신의 업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원장 취임 이후 지난 3개월 간 직접 경험한 KISA에 대한 느낌은.
▶ KISA는 공공기관 중에서 가장 활기차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미래가 있는 기관이다. 기존 업무에 머무르는 다른 기관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신규업무가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점차 정부와 일반기업, 국민들 모두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정보보호 부문에서 KISA는 모든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법률 및 제도, 정책에 대한 논의부터 해킹대응, 코드분석, 스팸메일에 이르기까지 정책과 기술을 모두 갖췄다.
-최근 KISA의 우수한 인재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 KISA는 정보보호부터 인터넷 진흥, 역기능 최소화, 해외 정보통신 기관과의 교류 등 한국의 인터넷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2003년 설립한 인터넷침해대응센터는 1.25 인터넷 대란, 3.4 및 7.7 디도스 대란 등 굵직한 국가적인 보안이슈에 대해 국가전체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후속조치를 취했다. 인터넷강국 대한민국의 앞선 정책과 기술을 개발도상국들에 지원,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KISA 출신이라면 이런 전문적 일들을 수행한 이들이다.
실제 최근 3년동안 1년에 30명에 가까운 인재들이 일반 기업 등으로 이직을 했다. KISA 입장에선 업무공백 등의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를 다시 생각하면 그만큼 KISA 출신 인재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뜻 아니겠는가.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우수인재를 키워야 한다. KISA에서 업무를 배우고,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일반 사기업에서 주요 정보보호업무를 담당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보안역량이 강화된다. KISA가 공공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하다.
-인재를 다른 기업들로 보내면 업무공백 문제가 우려된다.
▶ 나가는 인력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더 많은 인재를 뽑고 육성해야하는 이유다. 과거에는 채용공지 등을 통해 소극적으로 인재발굴에 나섰다. 하지만 취임 이후 주요 대학을 돌며 채용설명회를 가졌다. 원장으로서 직접 참여해 우수한 학생들에게 KISA의 역할과 가능성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조지워싱턴대학 등 미국에서도 채용설명회를 통해 해외 우수인재 발굴에도 나섰다. 그 결과 쟁쟁한 인재들이 원서를 접수했다. 양적으로도 기존에 비해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지원해 더욱 좋은 인력들을 뽑을 수 있었다.
-최근 인사가 개원 이래 가장 큰 규모라는 말이 있다.
▶ KISA는 지난 2009년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등 3개 정부기관이 통합된 조직이다. 이들 조직의 인적교류가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KISA 내부의 화학적인 융합을 하기 위해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각 조직 별로 상호간의 업무파악이 잘 이뤄져야 유기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이는 업무전문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데.
▶ 이공계열의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인문사회에 대한 소양을 쌓으면 그 역량을 크게 키울 수 있다. KISA 역시 마찬가지다. 한 부분을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잡고 있는 것도 좋지만 간헐적인 이동을 통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재가 더욱 중요한 업무를 맡을 수 있다. 한 인사가 특정업무를 15년 동안 맡으면 해당 부문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3년 동안 5명이 번갈아가면서 업무를 맡으면 해당 부문에 대한 전문가가 5배로 늘어난다. 특히 최근 KISA의 주요 인재가 사기업 등으로 이탈하면 해당 부문에 대한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보직을 순환하면 일부 인력의 이탈에도 KISA의 업무역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국가의 정보보호 라는 중요한 업무를 맞고 있지만 높은 2년제 계약직 비중 등의 애로사항이 있다.
▶ 실제로 KISA 인력 가운데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이다. 업무특성 상 '잡시큐리티'가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짧은 인력주기로 전문성도 떨어질 수 있다. 조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도 안 된다. 사실 이 부분은 정부의 정책 및 구조적인 문제여서 빠른 개선이 쉽지 않다. 정부에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전문인력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위해 처우개선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건의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강조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언론 및 시민 들 역시 단순히 공공기관의 정규직 숫자로 업무 효율성을 따지지 말고 큰 그림에서 봐줬으면 한다.
-내년도 KISA의 새로운 사업 및 목표가 있다면.
▶ KISA는 업무범위가 넓기 때문에 자칫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과감하게 불필요한 조직운영 및 행사를 제거하겠다. 내부 회의 역시 굳이 대면을 통하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전화통화 및 이메일로 갈음하려고 한다.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는 정보보안 부문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문성 극대화를 위한 작업도 진행중이다.
국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한·중 인터넷 협력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OECD에도 직원을 파견하려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르완다 등 개발도상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인터넷 기업과 기술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지원하려고 한다. KISA가 해외 국가와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면 국내 중소 인터넷·보안기업의 해외 진출 역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