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현실정치·자격시비'에 좌절…삼일절 연휴 마지막 '장고'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전격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가와 업계에서는 그의 느닷없는 사퇴결정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가뜩이나 김 후보자는 삼일절 연휴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광화문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해 청문 준비를 해왔던 터다.
그와 반달 가까이 동고동락했던 인사청문팀조차 전날 밤까지 전혀 사태파악을 못할 정도로 급작스러운 결정이었다.
◇국내 현실정치에 좌절… 반달 가까이 '유령부처' 장관 후보자
김종훈 후보자가 사퇴를 결심한 배경은 무엇보다 미래부 업무소관을 둘러싼 국회협상이 결국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국내 현실정치에 대해 강한 실망감과 회의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회견에서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대한 시점에서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 삼일절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정부조직법 협상을 놓고 여야간 청와대 회동과 심야 여야협상까지 무산되는 순간 최종 사퇴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사청문팀 관계자는 "김종훈 후보자가 삼일절 연휴 내내 출근한 이유도 늦어도 어제까지 여야간 협상타결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마지막 날 여야 협상이 결국 무산되면서 결국 사퇴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김 후보자는 삼일절 연휴가 시작된 1일 광화문 사무실에서 언론보고를 시작으로 소관부처 공무원들과 현안 논의를 거듭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광화문 사무실에서 그를 찾는 관계자들의 발길도 분주했다. 2일도 전날과 같이 출근해 인사청문을 준비했다.
그러나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광화문 사무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외부 방문자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광화문 사무실에서 혼자 보냈던 것. 인사청문팀 실무진들에게도 자신의 출근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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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김 후보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협상이 청와대와 국회에서 숨가쁘게 전개돼다 결국 무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미래부 장관직을 제안받고 이를 수락하면서 고국행을 결정했을 당시만 해도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상상조차 못했을 법하다.
지난달 25일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그가 맡게 될 미래부는 여전히 조직 실체가 없는 '유령 부처'로 남아 있다. 방송정책 이관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극한 대치 속에 정부조직법 국회처리가 늦어지면서 미래부 조직에 대한 직제개편조차 못했기 때문.
새 정부 출범한 지 일주일 넘게 다른 부처 공무원들에게 업무 보고와 행정지원을 받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모든 것 포기한 고국行 결정에 '자격시비' 공세 부담감
여기에 '국적논란' 'CIA 외부 자문위원 시비' 등 김 후보자 신상을 둘러싼 각종 의혹공세에 시달려왔던 것도 그의 사퇴 결심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미래부 장관 내정 이후 미국 국적 포기 의사까지 밝혔음에도 정치권, 언론의 '자격시비' 공세는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국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서울 벨연구소의 저조한 연구실적' 논란 등으로 공세가 확대되면서 심적 부담을 느껴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자신의 신상공세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피력해왔다는 점에서 '신상문제'가 결정적인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주변인들의 중론이다. 실제 지난 1일 그의 사무실을 찾은 기자에게도 "구체적인 것은 청문회에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인사 청문팀 관계자는 "수천억원대 자산가이자 미국에서 성공한 김 후보자가 미래부 장관을 전격 수락한데는 조국을 위해 마지막 헌신을 하겠다는 결의 때문인데, 정작 본인의 진심을 몰라주는 국내 정서에 섭섭함을 느껴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사퇴 회견에서 "저는 미국에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갖고 미국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해왔다"며 "그러나 제가 미국에서 일궈온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저를 낳아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남은 일생을 바치고자 돌아왔었다"며 우회적으로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