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는세상]휴대폰 시장은 요지경 세상

[우리보는세상]휴대폰 시장은 요지경 세상

성연광 기자
2013.11.21 05:42

수조원 마케팅비, 사용자 전체에 부담… '단말기유통법' 기싸움만

휴대폰시장은 요지경이 된 지 오래다. 눈치 빠른 소비자와 그렇지 못한 소비자 간에 치르는 대가가 최고 200~300% 차이나는 곳이 유독 이 시장이다. 시기와 장소,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편법 보조금 때문이다.

지난달 발생한 '갤럭시S4' 보조금 대란만 해도 그렇다. 동일한 지역인데 로드숍에서 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50만원을 냈다.

반면 인근 양판점에서 구입한 고객들은 17만원만 치렀다. 양판점 고객들의 기쁨도 잠시. 자신들 역시 '호갱님'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또다른 계열 양판점에서 이 제품을 단돈 5만원에 판매한 것.

이뿐일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말기를 가장 빨리 바꾸는 국가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제품을 너무 손쉽게 바꿀 수 있는 휴대폰 유통구조가 결정적이다.

눈치 빠른 고객이라면 30만원짜리 자급 단말기를 사는 것보다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보조금이 풀리기를 기다린다. 맘만 먹으면 더 좋은 성능의 프리미엄 단말기를 동일한 가격 혹은 보다 싼 가격에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돈'으로 손쉽게 가입자를 유혹하는 이통사와 휴대폰 과잉 소비구조를 유도한 제조사의 밀월관계가 만들어낸 '기형적 휴대폰 소비문화'다.

문제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는 사용자들에게 투입되는 수천억~수조 원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정상적 가격을 지급하거나 단말기를 자주 교체하지 않는 착실한 소비자들이 보전해주는 구조라는 데 있다.

보조금 편차를 줄이고 제조사 장려금까지 규제범위에 포함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이런 구조를 바꿔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그러나 제조사들의 반발로 진통이 거듭된다.

최대 쟁점은 단말기 판매량, 장려금 규모 등 자료제출 의무화 조항과 방통위 직권조사, 제재권 신설조항이다. 정부는 제출자료는 최소한의 필요 자료인데다 법률에 따라 대외에 공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재연된 통신비 원가공개 논란의 데자뷔 때문일까. '통신요금 인가제'를 명목으로 정부에 제출되는 통신사들의 영업보고서를 두고 이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공세가 계속되고 급기야 법정소송까지 이어지는 것을 지켜봤다면 제조사들의 걱정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비록 원가자료는 아니지만 단말기 판매수량과 장려금 규모 등이 새나갈 경우 적잖은 영업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십수 년 동안 고착된 시장구조를 개혁하는 일에는 고충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장플레이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지 않으면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할 만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제조사들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진지한 자세로 쟁점 합의에 나서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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