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동의' 있으나마나···인터넷 회원가입 진행이 안돼, 창구선 "무조건 하셔야"
"개인정보이용 동의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조항이 있다구요? 카드 발급이나 적금 가입할 때 '무조건 여기 여기 체크하고 싸인하세요'만 말해주지 어떤 것은 필수항목이라 동의해야하는지, 어떤 것은 선택사항이라 동의안해도 되는지 말해주지 않던데요?"
개인정보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직결되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해 정보통신이용촉진및정보보호(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기업들에 면죄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기사 3, 14, 18면
2011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등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에 따라 사업자들은 개인정보 수집 시 반드시 이용자 동의를 받도록 강화됐다. 즉, 기업이 새롭게 마케팅 영역을 확대하고 그에 따라 고객의 정보를 추가로 활용하려면 다시 동의를 받아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적지 않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할 때 이용자가 마케팅 등 제3자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후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 '선택적 동의'를 체크한다해도 별도 창을 열고 스크롤을 조절해가며 읽지 않으면 누구에게 제공되는 지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정보 이용 목적이나 제3자 동의 조항들을 이용자들이 꼼꼼히 파악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 동의창을 교묘히 만드는 '꼼수'도 횡행한다. 이 경우 이용자들이 동의창을 클릭했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법적으로 따질 수 없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이동전화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이벤트 역시 개인정보 수집 '블랙홀'로 통한다. '100% 당첨' 이벤트나 할인쿠폰 이벤트에 응모하는 사이 개인정보는 마케팅 회사로 공유돼 결국 스팸전화나 스팸이메일로 돌아오기 일쑤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도 발급과정에서 이미 사건이 대형사고로 확대될 소지를 안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하려면 주민번호와 전화번호, 주소록, 연락처, 이메일 정보 등 기본 정보 외에도 대출, 보증, 담보제공, 신용카드, 할부금융 등 상거래 관련 거래 정보들을 카드사가 수집하는데 동의해야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또, 일선 금융기관에서 카드발급 때 '이런 조항에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을 해주는 기관이나 '안하겠다'는 반론을 제기하는 이용자는 얼마되지 않는다.
금융회사 상담 및 텔레마케팅 등에 사용되지 않도록 '선택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 역시 읽어봐도 판단하기 어렵다. 대형마트에서 제공하는 이벤트 신청서도 꼼꼼히 살펴보면 텔레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 조항이 살짝 포함돼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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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국민의 상당수가 개인정보 수집에는 민감하지만 그 정보가 어떻게 공유되고 이용되는 지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의지와 도덕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용자들 스스로 개인정보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시도 및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