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애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WWDC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서 벗어나 팀 쿡의 애플이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 애플은 프로그램 언어 스위프트(Swift)를 공개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개발킷(SDK)와 응용프로그램 환경(API)을 공개하며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던 애플의 모습을 일신했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애플은 신비주의라고 불릴 만큼 외부 개발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였는데, 이번 WWDC에서 보여준 애플의 모습은 이전과는 완벽히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핵심 인터페이스 중 하나인 키보드 조차 개방을 허용했다.
외부 개발자들과 소비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이용환경 때문에 아이폰 사용을 꺼렸던 안드로이드 이용자들도 이제는 아이폰으로 갈아탈 때가 온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급성장해온 구글의 성공비결도 개방성에 찾을 수 있다.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슬로건처럼 구글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면, 이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API를 개방해 산업 생태계를 키워왔던 것이다. 모바일 OS 안드로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이 직접 진출하지 않은 중국에서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으며, 심지어 북한에서조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는 상황.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면서 성장해 온 국내 포털업계도 최근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가 API를 개방해 외부 개발사들이 자유롭게 카카오의 인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네이버도 밴드의 API 개발을 게임개발사에서 비게임 개발사로 확대해가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도 합병을 결정하면서 양사가 추구하는 공통의 가치로 '개방'을 꼽았다. 개방은 이제 이용자와 개발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위장'이 아니라 더욱 넓은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초석인 셈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도 카카오의 목표를 "카카오 생태계에서 100만개의 기업과 개인이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카카오의 인맥을 활용하는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100만개가 나타나는 일은 세계 최대규모의 모바일 앱 생태계 구글 플레이에서조차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단일 서비스의 성공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 어려워졌다. 시장을 독식하려하지 말고, 넓은 안목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변화의 움직임은 그래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