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단통법 시대 '호갱님'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보는 세상]단통법 시대 '호갱님'되지 않으려면

강미선 기자
2014.09.29 05: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이제 공짜폰 못 사는거야?"

소비자에 대한 보조금 차별을 금지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10월부터 시행된다는 말에 A씨는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그는 각종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해 밤새 온라인 사이트를 뒤적거리며 언제나 가장 싼 값에 최신 휴대폰을 사곤 했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특정 지역과 시간대에 소수 이용자에게만 제공되던 게릴라식 보조금을 받기 어렵다. 거주지역이나 요금제, 가입유형에 따라 부당하게 보조금을 차별하는 게 금지되고, 단말기종과 요금제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조금도 공시되기 때문. 이를 어기면 이통사 뿐만 아니라 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망도 처벌받는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폰을 사실상 공짜로 샀던 A씨가 아쉬워할 법도 하다.

그렇지만 뒤집어보면 정보에 소외됐거나 때를 잘못만나 제값 다 주고 샀던 대다수 국민에게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온·오프라인이나 대리점에 따라 천차만별이던 가격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에 하루하루 바뀌는 보조금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발품 팔 일도, 친구의 '공짜폰'에 억울해하거나 배 아파할 일도 줄어들게 됐다.

다만 단통법 시대에 소비자는 더 꼼꼼함을 요구받는다. 보조금 상한액은 30만원이지만 매장별로 15% 내에서 추가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매장별 보조금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통사들이 단말기 및 요금제별 보조금을 홈페이지에 공지하지만 동일 단말기라 해도 이통사의 주력 단말기가 무엇인가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요금제를 선택할 때 예전보다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저가 요금제의 경우 보조금 혜택을 거의 못 받았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중저가 요금제 사용자도 보조금을 받는다. 다만 월 7만원 이상(2년 약정시) 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 보조금 상한액 30만원을 모두 받고, 이보다 낮은 요금제를 쓰면 보조금이 줄어드는 식으로 요금제에 따라 보조금 규모가 다르다.

자신의 월 휴대폰 이용행태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의 보조금을 많이 받기 위해 자칫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한다면 고정 통신비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자신이 가입한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데이터 등 서비스를 다 소진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최신 스마트폰을 당장 쓴다는 즐거움 때문에 5만원이 넘는 금액을 2년가량 매달 내는 현실을 소비자들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는 단통법이 잘 정착되려면 무엇보다 일선 현장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공정가격제, 표준가격제 등을 내세우며 불법보조금 고리를 끊겠다고 수없이 약속해왔다. 하지만 실효성은 떨어졌고 그때마다 시장의 불신만 커졌다. 이번엔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고 통신시장 질서를 바로잡으려면 사업자와 유통 판매점들의 노력, 현장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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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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