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가제 유지 이유 '희박' 폐지론 대두…'경쟁 활성화→요금인하'는 '글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초기 부작용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이 커졌다며 단통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통신요금 인가제도'(전기통신사업법 28조 2항)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가제를 폐지하면 경쟁이 활성화되고 통신요금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2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 회부돼 있다. 하나는 8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다른 하나는 9월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전 의원은 인가제 폐지를 담았고 권 의원은 요금규제를 이용약관 보완 요구가 가능한 신고제로 일원화했다.
미래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인가제 폐지 주장이 나왔다. 권 의원은 "통신요금 인가제는 통신요금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나 지금은 이동통신 3사의 요금 담합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은 지난 22일 비대위 모두발언을 통해 "보조금 상한제와 요금인가제 등 통신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정부 규제를 없애는 일을 적극 검토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인가제는 `유효경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후발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1위 사업자가 후발 사업자의 가입자를 뺏어오는 '약탈적' 요금제를 내놓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 인가제가 적용되는 유선전화시장과 이동통신시장은 가입자를 뺏기 위한 요금경쟁보다는 보조금 경쟁이 심각하다. 또 후발사업자가 경쟁적인 요금제를 내놓기보다는 인가 대상 사업자인 SK텔레콤(이동전화)과 KT(유선전화)가 내놓은 요금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통신 소매요금을 직접 규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 등은 시내전화에서 '가격 상한제' 등으로 규제를 한다. 특히 룩셈부르크, 스위스, 터키, 호주 등 일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의 1위 이동통신사의 점유율은 50%를 넘지만 요금규제가 없다. OECD가 2000년 우리나라에 인가제 폐지를 권고하고 2007년 요금규제 폐지 권고가 이행되지 않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어서다.
인가제가 폐지되면 요금 등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YMCA, 경신련 등 시민단체들은 "시장 경쟁활성화를 통해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인가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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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금융권에서 활용되고 있는 '배타적 사용권'을 통신시장에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금융권에서는 혁신적인 상품이라고 인정받으면 일정 기간 다른 회사가 같은 상품을 팔지 못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가제 폐지 후 통신사들이 내놓는 혁신적인 요금과 서비스에 배타적 사용권을 주면 경쟁사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만큼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통신요금 인하'라는 환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가제에서도 요금을 단순히 내리는 경우에는 신고만 해도 된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현재 인가제에서도 요금인하는 가능하다"며 "인가제 때문에 요금인하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