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카드 3사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금융권 정보보안 문제가 불거졌지만, 상반기 금융사 보안투자는 오히려 얼어붙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세밀한 지침까지 모두 만들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기다렸다가 지침에 맞게 투자를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기준만 지키면 사고가 터져도 책임회피를 할 수 있도록해 오히려 금융사의 '최선'을 막는다는 의미다.
큰 틀보다는 '세밀한' 지침에 몰두하는 국내 금융 규제 방식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핀테크(Fintech) 영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부적인 지침(혹은 규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결제, 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 서비스 관련 IT를 모두 포함한다. IT가 단순히 금융산업의 지원부서를 넘어서 산업 지형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큰 요인으로 성장한 모습이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눈에 띄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사들도 새로운 수익을 찾기 위한 도전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A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 핀테크 사업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로 "금융 당국의 사전 규제가 심하고, 기술 중심의 과도한 간섭이 새로운 시도를 막는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면 전자금융업으로 등록하는 과정만해도 쉽지 않고, 금융사가 사용하는 SW(소프트웨어)까지 규정하는 방식 탓에 금융사의 몸도 무겁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런던을 중심으로 시장은 크고 있다. 컨설팅기업 액센추어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연평균 31% 증가해, 다른 분야들보다 월등히 성장률이 높았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셈이다.
핀테크가 유행처럼 지나갈지, 대세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한다. 그럼에도 금융과 IT가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규제로 인해 원천 차단되는 일은 두고 본다면 전체산업 측면에서도 손해다. 금융사가 사용하는 솔루션까지 챙기는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사후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보는 규제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